바깥나들이가 잦아지는 철이 왔다. 요즘은 외출 날짜를 잡고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당일 날씨상황이다. 이처럼 생활과 밀접한 날씨를 미리 예보해야 하는 기상대 예보관들의 24시는 어떨까?
평소 궁금증을 풀 요량으로 지난달 마지막 주초 저녁 무렵 대구 기상대를 찾았다.
처음 들어간 예보실에는 여러대의 컴퓨터 모니터에 각종 기상관련 위성사진들과 레이더 관측자료가 실시간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베이지색 근무복 차림의 예보관들은 화상으로 연결된 중앙스크린에서 다른 지방 기상청과 긴밀한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예보관들은 여러 모니터를 주시하다 보니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쓰는데 많은 장비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실내가 많이 건조해 렌즈를 착용하지 못합니다." 안내를 맡은 조혜림(30) 예보관의 일성이다.
대구 기상대에는 모두 16명의 예보관들이 있다. 이 중 8명은 장비관리, 민원, 행정업무를 맡고 나머지 8명은 2인 1조로 나눠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한다. 예보도 동네 예보관과 방재 예보관으로 구분, 방재예보관의 경우 최소 근무경력이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장용환(48) 방재 예보관은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다른 출퇴근 시간을 갖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낮에 잠만 자다 보니 가끔 이웃들에게 유흥업소 주인으로 오해받기도 할 뿐 아니라 여성 예보관은 유흥업소 종업원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근무지 이동도 어느 직종보다 잦다. 영남권 출신이면 주로 부산지방기상청 관할인 대구 기상대를 포함, 11개 지역 기상대를 순환근무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오랜 경력의 예보관은 영남 지역의 여러 지형과 기후, 구름과 풍향, 풍속의 이동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예보관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뭐니 뭐니 해도 오보에 있다. 가끔 예보를 하면서 오보를 낼 때면 비난과 항의전화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이때가 제일 힘이 든다. 날씨 예보는 보통 수십가지 고도의 복잡한 수학적 계산과 예보관들의 경험이 뒤섞여 그날그날 일기예보가 된다. 따라서 변화무쌍한 날씨변덕을 예측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기예보는 다음날 바로 확인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중압감에 시달리기 일쑤죠. 예를 들어 3시간 뒤 대구에 비가 1~3㎜ 정도 올 것을 예보할 때면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장 예보관의 귀띔이다.
또 항상 그렇듯 일기예보를 보면 정확한 수치보다는 '몇㎜~몇㎜까지' 단서를 붙여 예보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장 예보관은 "슈퍼컴퓨터가 가령 내일 강수량을 10㎜로 예측했다면 예보관들은 해당지역의 지형과 여러 가지 날씨에 미치는 요인 등을 고려해 예상 강우량을 10㎜를 중심으로 '5~15㎜까지' 등으로 재량껏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오차는 생기기 마련. 비가 내린다고 해놓고 비가 오지 않으면 어떨 때는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항의전화가 쇄도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사실 일기예보란 화창한 날 예보는 별다른 의미가 없죠. 다만 갑작스런 한파나 폭설, 황사, 집중호우, 태풍 등과 같은 위험기상 때 기상예보를 통한 방재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여 다섯번 집중호우 예보에서 네번 틀리고 한번이 맞더라도 그 한번의 예보로 생명과 재산을 지켜낸다면 그것이 유익합니다."
글·사진 조보근시민기자 gyokf@hanmail.net
도움: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