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이유로 사실상 폐원 절차를 밟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소속 대구적십자병원이 병원 부지내 국유지를 매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적십자병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병원 측은 대구 중구 반월당 인근 병원 부지 2천264㎡(685평) 가운데 기획재정부 땅이었던 국유지 917㎡(277평)를 65억원에 매입했다는 것.
노조 측은 "직원들에게 보너스는커녕 기본급밖에 주지 못하고 있는 적십자 측이 수십년간 무상으로 사용해 온 땅을 수십억원 들여 사들인 것은 투기목적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며 "부동산 가치를 부풀린 뒤 언제라도 비싸게 팔고 뜬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9월 "부동산 활용의 효율성 제고 및 자산 가치 증대를 위해 국유지를 취득하고자 한다"는 공문을 보내 국유지 매입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 12월 말 부지매입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중구 한 부동산업자는 "적십자병원 자리는 노른자위 땅이다. 내년 8월 맞은편에 있는 현대백화점이 개점하면서 반월당 상권이 더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에 땅값이 뛸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적십자 대구지사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중구청으로부터 국유지인 적십자 땅에 대한 매입요구가 있어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병원의 향방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중앙(대한적십자사)에서 대구적십자병원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지난해 8월 '경영정상화방안 컨설팅' 결과에 따라 사실상 폐원 수순을 밟아왔고 지난달 25일에는 마지막 남은 두 명의 의사마저 퇴직해 폐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올 초 유종하 대한적십자 총재의 "폐원은 없을 것"이라는 공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적십자병원 폐원반대 및 공공의료강화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최성택 위원장은 "대구적십자병원은 공공병원으로서 대구의 마지막 보루였다"며 "예산을 늘려 병원을 살려도 모자랄 판에 적십자가 국유지 매입을 통해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2년 전만 해도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등 8개 진료과목에 의사 10명을 보유, 하루 입원환자가 평균 150명에 이를 정도로 전국 6곳의 적십자병원 가운데 의료보호 환자 비율(80%)이 가장 높았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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