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돈줄 '꽁꽁'…BSI 악화·백화점 판매액도 줄어

가팔랐던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면서 지역의 돈이 마르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크게 악화됐고, 주머니가 얄팍해진 지역민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

◆악화된 기업 자금사정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달 지역 382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월(97)보다 4포인트 하락한 93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제조업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비제조업 자금사정BSI는 지난달 100에서 12p 떨어진 88이었다. 이는 도소매업의 매출 부진과 건설업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돈은 더 필요한 형편이지만 돈 구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지난달 지역 업체들의 자금조달여건BSI는 99로 전월에 비해 2p 떨어졌다. 특히 수출기업과 비제조업이 자금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수출기업의 자금조달여건BSI는 각각 100에서 93으로 하락했고, 비제조업은 103에서 97로 하락했다.

외부에서 돈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내부자금에 의존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지난달 지역기업의 내부자금의존도는 79.5%로 전월에 비해 1.2%p 올라간 반면, 외부자금 의존도는 21.7%에서 20.5%로 1.2%p 내려갔다.

이처럼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진 데는 '금융기관들의 신용 대출이 감소'(36.5%)한 데다 '담보 여력이 떨어진 데'(22.7%) 따른 것으로 업체들은 응답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정부의 각종 지원조치들이 마무리된데다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면서 각 은행들이 유동성 축소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신용대출이 까다로워진 것. 경기 침체를 겪으며 담보로 잡힐 자산은 거의 다 잡히며 자산 가치 여력이 다한 것도 원인이다.

◆지갑 닫은 지역민들

돈이 마르는 것은 지역민들도 마찬가지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1월 대구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2천462억700만원으로 지난해 12월 2천567억5천400만원에 비해 4.1% 감소했다. 이는 경기가 바닥을 쳤던 지난해 1월 2천546억1천900만원에 비해서도 3.3% 감소한 수치다. 백화점 판매액은 1천136억9천100만원으로 전월 대비 8.3% 감소했다. 대형마트는 1천325억1천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481억8천500만원에 비해 10.6% 줄었다.

경북민들의 지갑은 더 굳게 닫혔다. 1월 경북의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1천120억7천만원으로 전월 1천139억1천만원에 비해 1.6% 감소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1.2% 줄었다. 특히 대형마트는 863억7천400만원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14.8%나 감소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7.8%에 비해서도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소비자들도 경기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다. 지난달 지역민들의 현재 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1로 전월에 비해 9p나 떨어졌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정부가 유동성 확대에 나서면서 경기가 가파르게 회복됐지만 올해 들어서 속도가 한풀 꺾이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경기가 확 좋아질 것으로 보기 어렵고 유럽발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정책 등 대외 변수가 산재해 있어 지역의 자금 사정도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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