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이 4일 지도부 출범 첫 기자회견과 초청 간담회에서 "앞으로 쇠파이프를 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뻘건 투쟁띠와 투쟁복 대신 재킷 차림으로 회견에 나서는 등 이미지 변신 의지도 보여주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강경 정치투쟁 일변도에다 도덕성 문제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민노총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말과 제스처가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걱정부터 앞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민노총 조직의 속성과 행동 노선이 과연 달라질까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전임 위원장들이 취임 초 이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지만 민노총이 달라졌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강경 투쟁만을 고집하는 강경파의 고함 소리에 위원장의 말이 묻혀 버리고 리더십이 실종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노선에 대한 강경파의 반발 등 정파 간 갈등이 증폭될 공산이 커 그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조차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렇다고 민노총의 미래를 무작정 어둡게만 보고 싶지는 않다. 김 위원장은 올해 투쟁 방침에 대해 '강력한 투쟁으로 뒷받침되는 교섭력 확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교섭력 확보의 관건은 끈기 있는 대화와 타협이다. 결코 강경 투쟁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이 방침은 조직 내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계파 간 이해 조정 등 조직 내부에서 먼저 교섭력을 가져야 사용자나 대정부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민노총이 조직 위기를 극복하고 조합원 이익을 지켜내려면 시대 상황과 환경 변화를 정확히 읽고 혁신을 통해 철저히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 관성대로 강경 정치투쟁만을 일삼는다면 더 이상 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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