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 흐르는 회룡포 인근에 있는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 여울마을에는 한해 관광객이 수만명에 이른다. 고즈넉하던 마을에 인파가 북적이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 관광객들이 사용하고 버린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품이 마을 곳곳에 넘쳐난 것이다.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는 여름이면 마을은 일회용품 쓰레기장이 되다시피했다.
고민 끝에 주민들은 손님들이 묵는 마을체험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완전 금지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동참한다는 뜻도 있지만 일회용품 쓰레기를 조금이나마 줄여보자는 의미였다. 결과는 대성공. 도시에서 온 관광객들은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처음엔 불편해했으나 금방 적응했다.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완전히 쓰레기 걱정을 덜었다.
주민들은 더 나아가 마을체험장을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꾸미는 사업도 벌였다. 체험장 옥상에 태양열 온수시설을 설치하고 친환경 휴게시설인 황토방도 만들었다. 신영식 여울마을 사무장은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며 "쓰레기 소각 횟수를 줄이고 일회용품을 덜 쓰는 것이 녹색생활 실천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민간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실천운동으로 '그린스타트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에서 개인과 가정, 지역사회, 기업, 학교 등을 중심으로 그린스타트 운동이 불붙고 있다. 경북에서 처음으로 태동해 대한민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각광받고 있는 새마을 운동처럼 그린스타트 운동도 경북이 요람이자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학교 그린스타트 운동 속속 동참
영덕군 도천마을은 저탄소 녹색성장 운동을 벌써 10년 전부터 벌이고 있다. 이 마을의 골칫거리는 전복과 가리비를 먹어치우는 불가사리였다. 도천마을은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불가사리로 친환경 퇴비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화학비료 대신 불가사리 비료를 사용해 농토를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불가사리 비료는 특허를 받아 이 지역의 친환경 농업을 책임지는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았다. 도천마을은 최근 마을회관을 신축할 때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온수공급시설을 만들었다.
경산 하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52명인 작은 학교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영어나 일어 수업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녹색교육'이다. 학교와 가정을 친환경적으로 지키는 '녹색 어린이'가 되고 더 나아가 사회와 지구의 환경을 지키는 '녹색 시민'이 되자는 공부다.
녹색 수업은 녹색 실천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수족관을 만들어 붕어와 꺽지, 납자루 등 토종 물고기를 길렀으며 야생화 동산을 만들어 야생화를 심고 가꾸고 관찰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은 '그린데이'로 정했다. 교사들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했다.
학생과 교사의 노력으로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이 학교의 전기 사용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상수도 사용량은 8%,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용량은 20% 이상 감소했다.
이 학교 황재원 교사는 "학생들의 가족들도 장바구니 사용과 전기절약, 합성세제 덜 쓰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그린스타트 운동', 경북의 대표 브랜드로!
구미에 있는 삼성광통신은 최근 직원들의 집으로 편지를 보냈다. 회사와 가정이 힘을 합쳐 지구를 구하고 회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자는 당부였다. 이를 위해 직원들은 자리를 뜰 때는 컴퓨터 모니터와 프린터 전원을 반드시 끈다.
매주 수요일에는 사원 모두 오후 5시에 퇴근하게 했다. 에너지 절약과 함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1년 동안 직원 400명이 아낀 종이컵 비용은 2천만원을 넘었다. 홀로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대신 버스와 자전거, 카풀 이용을 권장했고 근거리 출퇴근 직원에게는 자전거 이용을 유도했다. 이를 위해 자전거 구입 비용을 지원해주고 보험도 들어줬다. 여름과 겨울에는 실내 냉난방 온도를 1℃씩 상·하향 조정하고 복도와 통로의 조명 밝기를 30~50% 낮춰 연간 4천400만원을 아꼈다. 김종복 인사그룹 부장은 "올해 말까지 2008년에 비해 CO₂ 배출량을 20% 이상 줄일 계획"이라며 "온실가스 감축형 설비를 설치하고 전 사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탄소포인트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유한킴벌리 김천공장도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면서 환경보전과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이 공장은 전기실에 창문을 만들어 에어컨을 대신했다. 전기실은 7대의 에어컨을 돌려 1년에 6천만원의 전기료가 들었지만 전기실 내부의 더운 공기를 천장으로 강제로 뽑아내 실내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했다. 점심시간에 사용하지 않는 조명 끄기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종이컵 대신 개인 컵 사용하기 등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자전거 출퇴근 권장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북의제 21 윤칠석 사무국장은 "경북이 앞장서 온실가스 줄이기와 녹색생활을 실천하고 성과를 낸다면 새마을 운동처럼 그린스타트 운동이 경북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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