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빈발하는 영아 살해, 줄일 대책 있나

최근 자신이 낳은 핏덩이를 방치해 죽게 하거나 살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어저께 수원에서 게임에 중독된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굶겨 죽인 후 달아났다 붙잡힌 일이 있었고, 서울에서는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낳자마자 아이를 질식시켜 숨지게 한 30대의 여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동물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극히 제한적으로 일어난다지만 인간 사회에서 왜 이처럼 제 자식을 내팽개치고 죽이는 일이 빈발하는지 그 비정함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륜을 망각한 이러한 처사가 우리 사회의 인명 경시 풍조를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어제 일본 나라현 사쿠라이시에서도 세 살 난 아들을 방치해 굶겨 죽인 부부가 체포돼 언론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특히 부모에 의해 저질러진 영아 살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영아 살해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만도 모두 46명이었다. 이 가운데 17명이 10대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현행 형법으로는 영아 살해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상당수 피의자가 1~2년형의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나는 실정이다. 구속된 경우는 전체 46명 중 14명(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 처리됐다.

사법 당국이 빈곤 등으로 양육 여건이 어렵다거나, 성폭행 등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른 출산 등을 참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처벌이 고착화될 경우 인명 경시 풍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이번에 영아 살해로 붙잡힌 30대 여성은 10여 년 전에도 성폭행당해 아이를 낳자 같은 방법으로 살해해 1년간 복역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영아 살해죄를 보통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리하거나 미국'독일처럼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는 영아 살해죄 규정을 특별히 두어 감경해 처벌하고 있는 현실이다.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현실도 감안해야 하지만 처벌은 엄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당국은 영아 살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영아 살해의 원인이 되고 있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 변화는 물론 성폭행에 의한 원치 않는 임신의 상담과 지원 등 법적, 의료적 시스템을 널리 홍보하고 제대로 작동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국이 법적, 제도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야 영아 살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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