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작영화리뷰] 인디에어

매력男이 던지는 ? "목적지 없는 당신 인생, 괜찮나요"

대문호 괴테는 이런 말을 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편안한 삶을 추구하지만, 정작 편안하면 못 견디는 그 무엇이 늘 가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목적지가 없다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모든 바람이 역풍일 뿐이다. 여기 목적지 없이, 하늘을 나는 한 인생이 있다.

10대 소녀의 임신 이야기를 깜찍 발랄하게 그린 '주노'를 통해 주목받은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의 연출작 '인 디 에어'의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이다.

그는 한국에는 없는 해고 전문가라는 직업을 가진 40대 남자다. 미국의 각 도시를 돌며 해고 대상자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당신, 해고야!"라는 매몰차고, 무책임한 말 대신 품위 있게 새 삶을 살도록 조언하지만, 그래도 대상자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하는 '죽음의 사자'와 다름없다.

여행가방 하나를 들고, 1년 322일, 35만 마일을 날아다닌다. 그의 삶의 목표는 천만 마일리지를 달성해 세계 7번째로 플래티넘 멤버십 카드를 받는 것이다. 12세에 할머니가 혼자 양로원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미 '사람은 혼자 살다, 혼자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자는 것이 편하고, 사랑도 '원 나잇 스탠드'인 독신남. 그래도 격조 높은(?) 해고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어느 날, 온라인 해고 시스템을 개발한 당돌한 신입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가 등장한다. 웹캠을 통해 온라인 화상 통화로 해고를 통보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해고 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전국에 출장 다닐 일이 없어진다. 비인간적이고 매정한 시스템을 반대하던 그는 당돌한 신입 직원에게 해고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동반 출장을 떠나게 된다.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은 '고스트버스터즈'(1984년)의 아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아들이다. 그는 월터 컨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유머와 통찰력 있는 대사를 더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카우보이처럼 떠돌아다니는 외롭고 가련한 한 남자를 통해 '과연 우리의 인생은 괜찮은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해고라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비용 절감을 운운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격조와 예의가 사라지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여행 가방을 통해 삶의 무게를 은유하는 등 입체감이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실제 해고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삽입하는 등 평범한 사람들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넣어 사실성과 함께 영화에 힘도 실어 넣는 재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조지 클루니를 위한 영화이다. 실제 감독도 시나리오를 쓰면서 조지 클루니를 염두에 뒀고, 시나리오를 탈고하자마자 이탈리아에 있던 그를 찾아 보여주었다고 한다. 조지 클루니는 피플지가 선정한 가장 섹시한 남자답게 쿨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다. 모든 것이 완벽한 듯, 세련되지만 삶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라이언 빙햄과 닮아 있다.

'당신의 여행가방에는 뭐가 들어 있는가?'라는 주제로 청중들에게 강연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영혼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헛똑똑이는 조지 클루니의 페르소나와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훨씬 냉소적이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스토리가 되었다. 떠오르는 신예 안나 켄드릭, '디파티드'의 베라 파미가 등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삶을 관조하는 듯한 엘리엇 스미스의 곡 등 영화 음악도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 음악도 제이슨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중 틈틈이 모아둔 곡이라는데, 스토리에 잘 녹아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 디 에어'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8일 예정)에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에 후보로 노미네이트되었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력, 통찰력 있는 메시지 등 여러모로 세련된 이 영화가 얼마나 선전할 지 기대가 된다.

그러나 삶의 여행을 충분히 떠나보지 못한 젊은 관객들에게는 이런 성찰이 밋밋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렇게 꿈꾸던 7번째 플래티넘 멤버가 되지만 기뻐하지 않는 그의 표정이 뭘 말하는지, 한 방을 쓰고 싶은 사랑스러운 여인을 삶의 부조종사로 발탁하고 싶어 찾아갔지만, 결국 되돌아오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목적지 없이 떠돌아다녀야 하는 당신의 인생, 괜찮으시나요?'라는 물음 그 자체가 이미 나를 자극한다. 3월 11일 개봉 예정.

김중기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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