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교권의 현주소

지금은 교권 상실의 시대인가 범람의 시대인가? 먼저 교권의 정의는 무엇이며 무슨 말을 줄인 것인지부터 살펴봐야겠다.

교권이 '교직자의 권위'를 뜻하는가 아니면 '교직자의 권리' 혹은 '권력으로서의 교직'인가? 이 부분의 해석이 모호하고 혼용되면서 상식과 현실간의 괴리가 생긴다. 고전적 해석으로 교권은 '교직자의 권위'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군사부일체라는 어마어마한 위상이 그렇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가르침에서도 알 수 있다. 교권이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범접하기 어려운 존경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흔히들 교권이 추락한다고 할 때 권위가 흔들린다는 뜻이지 권리가 줄어든다고 생각지 않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 시대의 교권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권위로서 교권은 상실되고 권리 내지 권력으로서 교권은 범람하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교직은 전통적으로 인식되는 권위의 교권에다 자의적인 권리 내지 권력까지 스스럼없이 향유하려 들고 있다. 그로 인해 교권은 권위로서 대접도 받아야 하고, 권리로서 내세우고 행사하게도 됐다. 이러한 혼재된 교권의 비만화는 교육계 외부로부터 견제받기 싫어하는 불행에 기인한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교육계의 잡화점식 비리가 권력으로서의 교권이 범람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쯤에서 짚어야 할 사항은 비리만 근절되면 교직은 건강하다고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업으로서 실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지 않은가!

바야흐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러한 교직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고유의 권위는 희미해지고 아집의 권리만 난무하는 민망한 교육 현실을 바로 세우고자.

지금의 넘치는 교권은 자녀 교육에서 어머니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고착화된 경향도 있다. 학부모 단체가 어머니 위주로 흘러가면서 자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속성에 기대어 교권은 아이를 볼모 삼아 손쉽게 확장돼 왔다. 모성 본능에 편승한 교권의 웃자람이라고나 할까.

교권의 남용이 스스로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면전의 어머니들에게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질까. 아빠 학부형들에게나 면전을 벗어난 그 어머니나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서글플 뿐이다.

따라서 교직이 아무리 집단적 논리를 내세워 한 묶음으로 버티려 해도 옥석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제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흉내내지 말고 청정하고 실력을 갖춘, 권위있는 교권 본래의 모습을 보여 줄 때다. 불신과 혼탁이 모두 교직자로 말미암은 거니까.

김 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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