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3월 1일 대한민국에 종합 5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안기며 17일간 열전의 막을 내렸다. 올림픽이 열리는 내내 우리는 너무도 행복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2월 14일)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더니 쇼트트랙 이정수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한국 선수들의 메달 행진은 빙속(氷速) 500m서 모태범과 이상화의 남녀 동반 금메달로 이어졌고, 이정수의 남자 쇼트트랙 2관왕 등극, 26일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로 절정에 달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김연아였다. 24일 쇼트 프로그램과 26일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합쳐 세계신기록인 228.56점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연아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미국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 해설진의 입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연기…. 여왕 폐하 만세"라는 말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왕 김연아가 가볍게 미끄러지며 넋을 빼놓은 승리를 얻다."(AFP통신) "오늘, 김연아의 전능한 통치가 시작됐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 "김연아, 한국의 살아 숨쉬는 예술품."(밴쿠버 선)을 비롯하여 김연아와 끝까지 경쟁한 아사다 마오 조국의 언론인 아사히신문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프리마돈나."라고까지 했을 정도다.
"너를 바로 볼 수 없었다 눈을 돌리며 얼굴을 감싸며 이불을 뒤집어쓰며 절절매며 네 순서를 온몸으로 지켜보았다 어떻게 눈 뜨고 볼 수 있었겠느냐"라고 신달자 시인이 썼듯이 우리는 김연아의 경기를 손에 땀이 젖을 정도로 초조하게 지켜봤다. 하지만 김연아는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와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바로 다음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바로 앞 순서로 연기를 펼치면서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제 기량을 뽐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를 의식하다 실수를 범한 아사다 마오와는 달리 유별나게 침착한 김연아의 강심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김연아의 침착함은 아사다 마오가 갖지 못한(종교가 없음) '믿음'에 있었다. "믿는 마음("자신에 대한 믿음"), 기독교에서 하느님을 믿어 우러르는 일 즉 신앙("믿음이 깊다")"으로 국어사전에 풀이돼 있는 '믿음'의 뒷받침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평소 열심히 연습한 대로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김연아는 밝혔다. 하나 가톨릭 신자인 그녀가 성호를 긋고 경기에 임한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우리가 가끔 '허나'로 표기하는 '하나'는 '그러하나'의 뜻으로 쓰이는 접속의 말로 "하나, 꼭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로 쓰인다. '한데'도 '그러한데'의 뜻으로 쓰이는 접속부사로서 '헌데'로 쓰면 잘못이다.
우리에게 무한한 기쁨을 선사한 김연아가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을 부담스러워하기보다 '믿음'의 힘은 무한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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