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1905년 미-일밀약 주도한 태프트

역사 속의 진실은 때로는 불편하다. 지금 친구로 지내는 나라가 과거에는 원수를 도와준 경우가 흔하다. 지금 혈맹(血盟)이라는 미국이 바로 그렇다. 1905년 7월 29일 미국과 일본은 상호 필리핀과 조선에 대한 독점적 이익을 가지기로 한 밀약을 맺었다.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훗날 27대 미국 대통령이 되는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는 필리핀 방문길에 일본에 들러 가쓰라 다로(桂太郞) 총리와 만나 일제의 조선 병탄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했던가?

1857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필리핀 총독, 전쟁장관을 지냈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권유로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신 때린' 인물이지만 미국에서는 '아시아 경제개발에 앞장섰던 인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연방대법원장이 돼 죽을 때까지 재직했다. 미국 역사상 행정부와 사법부 수장을 모두 지낸 유일한 인물이다. 몸무게가 175㎏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뚱뚱하다. 목욕을 하다 몸이 욕조에 끼어 나올 수 없었던 곤욕을 치른 뒤 일반인 3명이 들어가는 특수욕조가 제작되기도 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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