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과 歲月] 이종운 전 영남대 교수(하)

이웃에 인사 건넨 당신이 세계시민

이종운 교수는 우리가 세계인이 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이종운 교수는 우리가 세계인이 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라고 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1세기 국가의 위상을 결정하는 것은 국내 총생산(GDP)이나 국민 총생산(GNP)이 아니라 '국민총매력지수'(GNC·Gross National Cool)일 것이라고 한다. 매력지수란 총생산이나 생활 수준에 더해 '시민들이 얼마나 밝고 친절한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가? 사회봉사는 어느 수준인가' 등을 포함한다.

대구의 한적한 주택가에 살면서 세계인과 교유하는 이종운 교수(전 영남대 생물학과)는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했습니다. 그것은 국가의 엄청난 자산이고 매력입니다. 그러나 한국을 매력 있게 만드는 것은 꼭 스포츠 스타나 한류 스타, 첨단 제품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 특유의 정과 배려 또한 매력입니다"라고 말한다.

생태학자인 그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회든 순종은 허약합니다. 섞인 종, 다양한 것들이 공존하는 사회가 건강합니다. 미국이 강하고, 위험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라며 열린 태도를 강조했다.

"우리는 세계 시민이 돼야 합니다. 한국이라는 뿌리를 잊지는 않되 열려 있어야 합니다. 조선이 일본에 당했던 것도, 북한이 식량을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한 것도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나라를 22만㎢ 크기의 선박에 비유하고, 우리 국민을 그 배에 탄 승객에 비유했다.

"7천만명이 살기에 우리가 탄 선박은 작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세계의 어느 항구든 자유롭게 들고나며 무역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리는 세계인과 친구가 돼야 합니다."

그가 외국인 손님들을 초대해 한국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되라'고 강조하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이종운 교수의 부인 안추자 교수는 성악을 전공했지만 요리를 잘한다. 외국 유학파답게 외국 요리도 잘하고, 한국의 주부답게 한국 요리도 잘한다. 그래서 그의 집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그네들의 요리도 맛보고, 한국의 요리도 맛보게 된다. 김치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외국인들도 돌아갈 때는 '싸달라'고 말한다.

"상대를 비판하고 논리적으로 다투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부부가 논리적으로 열심히 잘 싸우면 결국 '도장' 찍는 일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외국과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안 맞는 것도 있고, 맞는 것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따질 것은 따지더라도, 서로 배려하고 칭찬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 잘 삽니다."

이종운 교수는 "우리는 전쟁을 겪었고 가난을 겪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전투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것은 우리의 경쟁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늘 전투적인 자세로 살 수는 없다. 이제는 전투력에 더해 '소통'과 '배려'의 힘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인과 친구가 되는 길, 세계 시민이 되는 것이 꼭 해외에 나가 외국인과 어울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골목에서 마주친 이웃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 거리에서 눈이 마주친 낯선 사람에게 목례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세계 시민이 될 수 있다. 따뜻한 마음, 열린 태도가 세계인의 기본적인 자질이기 때문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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