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낚시 빠지면 부인 외로워지다뇨?…나채재 FTV대표이사

"미국은 실제로 마약 중독자를 낚시를 통해 치료하기도 합니다. 낚시는 그냥 낚고 먹는 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오솔길을 따라 걷다 냇물이 졸졸 흐르는 옆 바위를 총총 건너뛰면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는 레저 스포츠죠. 어쩌면 지금과 같은 첨단 디지털 사회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낚시 한번 해보세요."

FTV한국낚시채널 나채재(45) 대표이사는 기자의 선입견에서 아주 멀리 비켜가 있었다. 꾀죄죄하고 비린내가 날 것이다, 낚시 도구 속에 살면서 여기저기 마구 선물할 것이다, 낚시의 도사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예감과 아주 거리가 멀었다.

"저는 낚시광이 아닙니다. 오히려 초보자지요. 하지만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입니다. 수많은 낚시 전도사들과 낚시 프로를 봐 왔는데 낚시에 중독될까봐 한 발짝 물러나 있습니다. 그만큼 낚시는 매력적이지요."

나 대표는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공채 6기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1995년 민영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2002년 FTV를 개국했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차장, 부장, 국장, 이사를 거쳐 2004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자부심이 대단했다.

"1990년대에는 IPTV, 뉴미디어 등이 까마득한 먼일이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가 대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과 고민을 나눴지요. 가장 전문적인 분야가 뭔가, 시청자들의 어디를 긁어야 하나. 그런 고민 끝에 '우리가 건전한 낚시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어요."

지금 우리나라의 낚시 인구는 대략 570만명. 2000년대 초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낚시 산업이 엄청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주말에 낚시만 쫓는 남편을 둔 탓에 '낚시 과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때 FTV 개국공신들은 "건전한 가족 낚시문화를 만들자"고 입을 모았다. 남편과 아버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캠핑문화의 정착이 그들의 사명이었다. 20명으로 시작한 FTV는 지금 100명을 넘어섰다. 전국 1천600만 가구에 채널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한 촬영팀은 아르헨티나에서 낚시 문화를 촬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도 모두 낚시 마니아이기 때문에 채널 충성도도 아주 높다.

"낚시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까 싶죠? 우리는 민물, 바다, 강 낚시를 두고 초보자 교육, 오락, 고급자 정보, 뉴스, 인물 인터뷰, 다큐멘터리 등 2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체 제작률도 80%를 넘고요. 지금까지 9천여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요즘엔 지상파에서도 프로그램 협조를 의뢰하기도 합니다. 부담이 아주 커요, 하하."

실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나 봉중근, 손민환 등 대어급(?) 스포츠 선수들이 낚시광으로 알려졌다. FTV는 이들 대부분을 인터뷰하면서 건전한 낚시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오사카·도쿄피싱쇼, 중국 랑팡 국제낚시쇼 등과 비슷한 서울국제피싱쇼를 준비 중이다. 해마다 수십 차례 이상 낚시대회를 연다. 가족 단위 낚시대회에는 어린이 글짓기, 사생대회도 겸한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낚시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또 화천 산천어 낚시대회, 단양군수배 낚시대회, 얼음나라 축제, 자라섬 낚시축제 등도 FTV의 홍보 이후 크게 성장했다.

"낚시에는 과학과 휴머니티가 있어요. 똑같은 조건에서 물의 흐름과 고기의 회유를 정확히 꿰뚫어야만 대어를 낚을 수 있어요. 그리고 낚시는 자연 속에서만 가능하죠. 자연은 점점 몰인간, 몰인격화되어가는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시켜줍니다. 이견이 없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낚시는 아주 소모적 이미지라는 지적을 했다. 그리고 낚시는 소위 '낚였다'라든지 '보이스피싱' 등 부정적 어감이 강하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자 나 대표는 "인정한다"면서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FTV가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항상 그 부분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반구대 암각화나 용산전쟁박물관 등에는 우리 선조가 수렵 생활을 하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본능 중에는 분명 수렵의 본능이 있지요. 그만큼 낚시는 인간의 탄생과 함께해왔고 우리들의 생활과 밀접한 행위문화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 낚시를 통해 자연을 벗삼는 가족문화를 이끌어내자는 고민을 항상 합니다." 낚시 초보인 낚시채널 대표. 그의 고민은 아주 진지했다.

나 대표는 대구 출생으로 봉덕초, 대구중, 청구고, 경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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