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로 불붙은 3D(입체) 열풍으로 영상산업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3D 안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안경산업이 지역 전통산업인 대구에서 과연 부가가치가 높은 3D 안경을 생산, 안경산업 부흥기를 맞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3D TV와 영화 시청에는 3D 안경이 필수
'아바타'라는 3D 영화로 촉발된 3D 열풍은 영화 흥행을 넘어 3D라는 새로운 산업의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3D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3D 하드·소프트웨어 제품 및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3D 영화와 TV의 입체 영상을 보려면 꼭 필요한 것이 3D 안경. 외국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3D 안경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D LE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것을 비롯해 LG전자, 소니 등도 3D TV를 내놨다.
3D 입체 영상을 보기 위한 필수품인 3D 안경은 크게 셔터안경식(Active)과 편광안경식(Passive)으로 나눠진다. 출시된 편광방식은 LCD 패널에 편광필름을 부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셔터안경식에 비해 어지럼증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안경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셔터안경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으며, 가격도 싸다. 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3D TV의 고급모델을 편광안경식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전자와 현대IT 등이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셔터안경식은 디스플레이에서 보내는 신호와 셔터안경의 싱크를 통해 3D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3D칩과 셔터안경을 활용하게 된다. 안경값은 편광식에 비해 5~10배 정도 비싸다. 삼성전자는 3D LED TV 출시 발표회에서 TV와 함께 셔터방식의 3D 안경을 선보였다. 3D 안경 제조업계에서는 "영화관용의 경우 편광방식이 주류를 이루지만 TV에는 셔터방식이 도입되고 있다"며 "그러나 셔터방식의 경우 신호를 받기 위한 칩(chip)이 들어가야 하고 전자 관련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극장용 3D 안경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편광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 영화관용의 경우는 가격이 수천원대 수준이어서 부담이 되지 않지만, 셔터방식이라면 최소한 10만원대 이상의 가격대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역대학, '이건희 안경' 디자인에 참여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가전전시회(CES)에서 3D 안경에 대해 "착용감이 떨어지고 어지러움이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후 삼성 측은 즉시 3D 안경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개발에 나섰고, 대구보건대학 안경디자인학과 교수들이 디자인 분야에 참여했다. 전자와 안경 기술접목이 필요했던 것이다.
대구보건대 장준영 교수는 "삼성전자의 제안으로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안경 디자인사업에 참여했다"면서 "3D 안경 착용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착용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안경 코받침 디자인과 안경 다리 압력과 무게를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일명 '이건희 안경'의 디자인 분야에는 대구보건대 교수들이 참여했으나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에 대량생산이 가능했기 때문. 앞으로 지역에는 3D 안경 관련 전문가들의 영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에는 안경광학과나 안경디자인학과 등 안경 관련 학과들이 있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고, 대구가 국내 안경테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 등이 3D 안경산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시작은 미미하나, 꿈은 창대
안경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3D TV 세계시장은 2010년 680만대, 2012년 3천12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3D TV용 3D 안경의 세계시장 규모도 2010년 2천720여만개, 2012년 1억2천480만개 정도가 필요할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업체들은 6월부터 시작될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 3D TV를 대거 출시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만족스러운 3D 안경을 만들어 내느냐가 시장 선점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의 3D 안경 생산 기반은 어떨까? 한마디로 대구는 안경테를 주로 생산하고 규모도 영세한 업체가 많아 3D 안경 생산에는 취약하다. 특히 셔터방식의 경우 전자제품과 접목이 불가피한 만큼 3D 안경산업에 뛰어들기 위해선 가전회사와 안경업체의 컨소시엄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또 3D 안경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렌즈다. 렌즈는 수도권과 대전 충남이 주 생산지이고 상대적으로 대구경북은 기반이 거의 없다. 다행히 대구안경공동브랜드 ㈜블릭의 대주주인 한국OGK가 자체개발능력을 갖춰 다른 주주사인 지역의 안경업체들과 손을 잡고 편광식과 셔터식 3D 안경을 개발하면 된다. ㈜블릭의 황창호 대표는 "자체 개발한 편광식 3D 안경 6개 모델을 5일부터 열린 세계3대 안경광학전인 미도쇼에 출품했고, 조만간 셔텨식 3D 안경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지역 업체와의 컨소시엄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안경제조 유통업체 시선은 편광방식 3D 안경을 3월 말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시선 쓰리디' 'SEESUN 3D'라는 상표등록을 이미 완료했다. 시선은 앞으로 일회용이나 저급한 3D 안경이 아니라 고급스럽고 패션성을 담은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손진영 센터장은 "앞으로 컴퓨터 게임과 영화가 3D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돼 3D 안경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구의 전문인력과 생산기반을 활용해 부가가치 높은 고급형 3D 안경을 생산, 제2의 안경산업 부흥기를 맞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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