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곤충산업

40, 50대 중장년층은 초등학교 재학 시절 여름방학이면 잠자리채를 들고 들로 산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방학 과제물에 곤충 채집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매미와 잠자리, 나비, 메뚜기 등이 채집 대상이었고 간혹 장수풍뎅이나 쇠똥구리를 잡기도 했다.

문구점에선 수집한 곤충을 말려 보관하는 곤충 채집 상자를 팔았다. 아이들은 잡은 곤충을 말린 뒤 핀으로 고정시킨 다음, 탈취용으로 나프탈렌을 집어넣고 채집 상자를 밀봉했다. 그러나 채집 상자는 종이와 셀로판지로 만든 조악한 구조였다. 그래서 조심스레 다루지 않으면 과제물을 제대로 제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여름방학 과제물에서 곤충 채집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산업화와 함께 곤충의 서식지 환경이 급속히 파괴돼 곤충을 구경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멸종 위기 및 희귀 곤충 번식 사업이 신성장 녹색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사슴벌레 시장만 2천억~3천억 엔 규모로 8㎝ 정도 크기의 대형 사슴벌레 한 마리가 1억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곤충 한 마리당 수천 원에서 수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곤충시장 규모는 양봉과 양잠시장을 제외하고도 1천억 원대다. 과실이나 채소의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시장이 90억 원,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나 토마토를 수정시키는 이른바 화분 매개 곤충시장이 100억 원, 학습 및 애완용 곤충시장도 400억 원 규모다. 이 밖에 지역 축제용 곤충시장이 약 400억 원 수준이다.

국내 곤충시장은 오는 2015년쯤 연간 3천억 원 규모로 3배 이상 늘어나고 2020년쯤에는 7천억 원에서 1조 원대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됐다. '징그러운 곤충'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곤충산업에 일찍 주목한 지자체가 예천군이다. 1998년 곤충연구소를 설립했고, 2007년엔 '곤충바이오엑스포'를 개최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곤충산업특구로 지정됐다. 엇비슷한 지역 특화산업과 축제가 범람하는 현실에서 예천군의 시도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2% 부족하다. 전남 함평은 지난해까지 나비축제를 11회나 개최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반면 예천의 '곤충바이오엑스포'는 여전히 지역 축제에 머무르고 있다. '곤충바이오엑스포'가 전국 축제를 넘어 세계적 축제로 부상하기를 기대한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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