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 교차로 신호등 체계가 '직진 후 좌회전'으로 전환된 후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운전자들은 '좌회전 후 직진 신호'가 습관화된데다 교차로마다 좌회전 후 직진, 직진 후 좌회전, 직·좌 동시 신호 등으로 신호 체계가 뒤죽박죽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전문가들은 바뀐 신호 체계의 순기능도 커 시간이 가면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뀐 신호 헷갈려
4일 오후 대구 중구 명덕네거리 교차로. 황색등이 켜지고 직진 신호가 떨어지자 요란한 경적 소리가 울렸다. 계명대네거리 쪽 좌회전 차선에 있던 차량이 움찔거리다 정지선을 넘어선 것.
운전자 김모(38)씨는 "예상과 달리 직진 신호가 들어오지 않아 다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신호 체계가 교차로마다 달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바뀐 교차로 신호 체계에 운전자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교통선진화 방안에 따라 올 초부터 '좌회전 후 직진'이었던 대구 도심의 교차로 246곳이 모두 '직진 후 좌회전' 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면도로와 좁은 도로 등은 기존 신호 체계를 따르고 있기 때문. 현재 우리나라 교차로의 신호등은 '직·좌 동시' 40.4%, '좌회전 후 직진' 29.1%인 데 비해 '직진 후 좌회전'은 9.7%에 불과하다.
직장인 이영수(32·남구 이천동)씨는 지난주 바뀐 신호 체계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수성교 앞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가 끝나기 무섭게 출발하려다 접촉 사고를 일으킬 뻔했다. 이씨는 "큰 경적 소리와 함께 갑자기 하얀 불빛이 보였다"며 "교차로를 지나서야 직진 신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좌회전 또는 직·좌 동시 신호를 직진 신호보다 먼저 주는 교차로가 많아 교통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진차량 소통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며 "바뀐 교차로마다 플래카드와 신호 표지판을 설치했지만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통흐름 향상될까?
교차로마다 바뀐 신호체계에 적응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거나 사고의 위험에 놀라는 것과 달리 '직진 후 좌회전' 신호 체계가 교통 흐름에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간 동작대로와 강남대로 등 12개 구간 소통상황을 조사한 결과 차량 속도가 시속 21㎞에서 21.8㎞로 3.8% 향상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신호체계 변경에 따라 교차로 평균속도는 13㎞/h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대구 교통 흐름 역시 좀 더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계명대 김기혁 교수(교통공학)는 "직진 후 좌회전 신호 체계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다소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개편된 신호체계가 교통 흐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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