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오른 6·2地選]<끝> ⑤신풍속도

선거기간 늘어도 비용은 동결 후보들 지갑 닫고 공천구애만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6·2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건물 벽면에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6·2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건물 벽면에 '유권자의 힘! 투표로 말하세요'라는 홍보포스터를 내걸고 시민들의 투표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최대한 아껴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6·2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한 선거 예비후보자의 푸념이다. 사연은 이렇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부터 예비후보 등록기간이 30여일이 늘어났지만, 선거 비용은 한 푼도 늘어나지 않았다. 주머닛돈은 똑같은데 돈 쓸 기간만 늘어난 셈이다. 자칫 선거 막판 실탄이 고갈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일과 19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좀처럼 일부 지역에서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는 것이 '실탄'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다. 특히 예비후보 등록기간에 쓰는 선거 비용은 선거 이후 보전이 되지 않는다. 예비후보 등록부터 공식 선거 운동 기간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후보자의 '생돈'인 셈이다.

이 같은 돈 걱정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을 꺼리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선거 운동 출발 신호와 함께 전력 질주하던 종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단체장 지방의원 등 현역들의 자세는 한결 더 느긋하다. 대구의 한 시의원은 "지금부터 열심히 뛸 경우 선거비용을 오버할 수 있다"며 "의정보고서나 돌리면서 의정 활동으로 시간을 벌다 최대한 등록을 늦추는 것이 현재로선 돈을 아끼는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선거 행보를 스스로 축소하고 있는 선거 예비후보들은 돈 드는 선거운동을 대신해 국회의원들을 겨냥한 얼굴 알리기에 선거 초반전을 소비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통하는 터여서 유권자 상대 운동보다는 국회의원을 향한 러브콜에 더욱 열심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나라당이 세종시 당론 변경을 위해 지난달 22일 시작한 의총장 주변에선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의총 때문에 바쁜 의원들을 만날 시간이 없자 의총장에 들어가는 의원들에게 인사라도 할 겸 의총장 앞을 지켰다는 후문이다.

친이-친박 등 이른바 계파 간 갈등도 한나라당 공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는 곧바로 선거 분위기와도 직결된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했다가 당선된 뒤 재입당한 이른바 '살아 돌아온 의원들'의 지역구에선 이미 일부 선거 예비후보 스스로가 공천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해당 국회의원의 공천 탈락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줄을 섰던 선거 예비후보들이 당연히 공천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소문 때문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광역·기초 의원들의 대대적 물갈이도 예고된다. '살아 돌아온'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총선 당시 지지하지 않았던 현역들에게 자연스럽게 불이익을 줄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한 선거 예비후보는 "수많은 유권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닐 수도 없고, 언론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며 "추첨으로 투표용지에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재돼 '1번(한나라당) 효과'를 보거나 결국 지명도 높은 사람이 당선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 투표에서는 유권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감 및 교육의원 선거가 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와 같이 치러지기 때문에 투표용지가 무려 8장에 달한다. 용지 색깔도 교육감·광역단체장(흰색), 교육의원·기초단체장(연두색), 광역·비례대표 의원(하늘색), 기초·비례대표 의원(옅은 노란색)으로 색깔로 구분된다. 투표자는 4장씩 1·2차로 두 번 나눠 투표해야 한다. 선거 홍보물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으면 후보의 공약과 경력 등 장단점은커녕 얼굴도 모른 체 투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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