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백화점의 대명사였던 동아백화점이 이랜드에 매각됐다. 이로써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토종 백화점의 명맥을 이어왔던 대구에는 이제 대구백화점 한 곳만 남게 됐다. 화성산업 이인중 회장은 "동아백화점이 매각되더라도 화성산업은 지역의 대표기업으로 대구경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유통부문 매각을 통해 남은 건설부문은 부채 없는 무차입 경영의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매각까지의 배경
동아백화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72년 9월이다. 이후 동아백화점은 1988년 9월 지역 유통업체로는 최초로 서울 을지로에 쁘렝땅 백화점을 개점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으나 IMF 당시 대구종금 경영권 방어 사태 등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2010년 유통가 판도가 급변하면서 결국 화성산업은 유통업 철수를 결정했다. 롯데가 내년 상반기까지 동구 율하동 '롯데 쇼핑플라자'와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내 프리미엄 아울렛 등 2곳을 추가로 개점하는데다 2011년 8월 현대백화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등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 여기에다 최근 신세계백화점마저 대구 진출을 선언하는 등 거대자본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은 올 초부터 소문을 탔다. 백화점 내 서울 브랜드 영업사원들을 통해 '이랜드에 매각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 3월 들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며 직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최근 몇 주간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화성산업의 미래
화성산업이 유통사업을 포기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시장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유통업을 접는 대신 주택건설업에 전력을 하기 위한 전략이다. 화성산업은 유통부문 매각자금으로 부채를 상당부문 정리하면 건실한 건설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사 특성상 경영여건이 개선되면 관급 및 민간의 대형공사를 직접 수주하거나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진다.
화성산업은 우방, 청구 등의 도산으로 현재 지역의 간판 건설사로 전국에서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등 건설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토목건축공사업·2009년 기준)에서 화성산업은 대구 1위(전국 49위)이며, 계열사인 화성개발은 대구 4위(전국 137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수주목표(유통부문 매각 전)를 전년보다 30% 늘어난 6천500억원으로 잡았다. 민간경기가 아직 본격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만큼 민간공사보다는 관급공사 수주에 치중하되, 지역내 발주공사뿐 아니라 역외 공사 수주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이와 함께 상반기에 대구 2개 단지 등 3개 단지 아파트도 분양할 계획이다.
또 올해 4대강 정비사업 마스터플랜에서 3조9천억원이 책정된 환경사업, 수도권의 대규모 복합개발사업, 교통인프라 확충사업 등 관급공사 수주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역 경제계 반응
대구백화점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경쟁자이면서 동반자 관계로 지역 양대 유통가를 형성해 왔다. 대백 관계자는 "이미 화성의 유통부문은 상당기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더 이상 경쟁에서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며 "함께 성장해 나갔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안타깝다"고 전했다.
대구백화점이 더욱 힘들어지지 않겠냐는 전망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랜드는 중저가 백화점을 표방하고 있어 명품 중심인 대백프라자와 확연한 차이점을 가진다"며 "이랜드의 진출로 대구백화점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역시 화성산업의 유통부문 철수 소식에 '안타깝다'면서도 별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랜드와는 워낙 브랜드 차별성이 크기 때문에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섭 대구시 경제정책과장은 "그동안 화성산업 동아백화점이 지역 토종기업으로서 지역 사회에 공헌했던 부분이 많았던 터라 수도권 기업에 인수된 것에 대해 지역민 입장에서는 씁쓸하고 안타깝다"며 "앞으로 이랜드가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풍토 조성은 물론 이랜드가 패션 분야에 강점이 있는 만큼 지역 유통산업과 더불어 지역 섬유산업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a@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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