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고 걷기 좋은 길이 볼썽사납고 불편한 길로 변했다니…."
옛길이 잘 보존돼 2007년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문경새재 도립공원 흙길이 물 빠짐이 좋지 않은데다 연일 계속되는 방송사 드라마 촬영 차량의 통행 때문에 예전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비가 온 뒤 드라마 촬영이 있는 날이면 흙길은 제대로 걷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곳곳이 패이고 질퍽해져 관광객과 주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 과거 길에 꼭 지나가던 문경새재 1관문부터 3관문까지 6.5km 구간은 수백년 내려온 고운 마사토 길로 국가가 지정한 길 문화재이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도 감촉이 좋아 국내에서 대표적인 걷기 코스로 각광받으면서 하루 평균 관광객 8천여명이 찾고 있다.
문경시는 자연 훼손을 막고 관광객과 주민들이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서 흙길을 걸을 수 있도록 차량 출입을 원천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소속 차량과 드라마 촬영 차량에 한해서만 흙길 통행을 허용할 뿐이다.
하지만 인기드라마 '추노' 등 문경새재에서 8편에 이르는 드라마가 한꺼번에 촬영되면서 드라마 촬영 차량으로 인한 흙길 훼손이 심하다.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촬영 장비, 소품 등을 실은 버스, 화물차, 촬영용 크레인 등 수십대의 차량이 이 길을 매일 왕복함에 따라 흙길이 패이고 타이어 자국이 선명해져 미관을 해치고 있다. 여기에다 눈이나 비가 오면 흙길은 진흙탕으로 변해 관광객들의 신발과 양말이 더럽혀져 기분을 잡치게 하고 있다.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흙길 상태가 좋지 않아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문경새재 흙길은 국가명승지로 지정돼 포장을 할 수 없으며, 마사토도 변성이 돼 물 빠짐이 좋지 않아 매일 다짐 작업을 해야 하지만 이에 필요한 장비 하나 없는 실정이다.
주민 이모(42·문경시 점촌동)씨는 "문경새재는 아름다운 옛길을 보고 걷는 것이 매력이다. 마치 쑥대밭으로 변한 길 때문에 관광객이 줄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드라마 촬영 차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하거나 보수장비를 갖춰 흙길을 제대로 관리해 관광객 불편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문경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드라마 촬영 차량을 막을 수 없어 고민"이라며 "수시로 다짐 작업을 할 수 있는 대형 장비 구입과 배수시설 보강 등을 위한 긴급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