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교 한학급당 非수성구 20여명-수성구 44명 '콩나물'

새 학기마다 이어지는 초·중학생들의 대구 수성구 학군 쏠림 현상은 유례없는 저출산 시대에도 과밀학급을 양산하고 있다. 비수성구 학급 평균 인원은 20명대인데 반해 수성구 학급은 교육과학기술부 기준(35명)을 훨씬 초과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수성구 러시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학력평가에서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중·고교가 수성구에 몰려 '명문대학에 가려면 할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여년간 하루가 다르게 치솟은 부동산 가치가 '수성구 프리미엄'에 영향을 끼쳤다.

◆수성구의 '과밀학급'

새 학기마다 수성구 초교들은 전입 학생들로 넘쳐난다. 고학년(4∼6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전학 러시가 두드러져 저학년 학생의 2, 3배에 이르는 기형적 현상이 속출한다.

수성구 범어동 경동초교 경우 1학년 학급은 4개에 불과한데 비해 6학년 학급은 12개반이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전입생이 몰려 점차 학급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올해 6학년은 무려 524명으로, 학급당 인원이 44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경동초교 학급당 면적은 85㎡(25평 남짓)에 불과하다. 이는 32명 인원에 적합한 기준으로,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권기환 경동초교 교장은 "토론 중심 수업에서 공간 배분이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경동초교만의 일이 아니다. 대구 과밀 초교 11곳 중 8곳, 과밀 중학교 20곳 중 13곳이 수성구에 있다

◆수성구 프리미엄 때문에 왔지만…

학부모들은 과밀학급 등 많은 부작용에도 '교육'과 '부동산'을 앞세운 수성구 프리미엄에 집착하고 있다.

수성구의 최대 경쟁력은 역시 '교육'.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명문대 합격자 수를 배출하는 곳이 수성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구에서 아이를 전학시킨 학부모 이진숙(가명·40·여)씨는 "좋은 고교에 가야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콩나물 교실의 괴로움은 한때뿐"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 또한 학부모들의 수성구 집착을 부추긴다. 수성구 프리미엄이 최고점이었던 시점은 재개발·재건축 광풍이 몰아친 2005년 즈음이다. 당시 구별 아파트 평당매매가의 수성구, 비수성구 격차는 역대 최고였고, 집값 차이는 결국 수성구 선호로 이어졌다.

그 해 지역 건설업체들이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지역 선호도 조사에서 수성구(61.4%)가 단연 1순위로 꼽힌 반면 중·남·서구는 5%에도 채 못미쳤다.

집값 상승률이 내리막길을 걷는 지금도 수성구 부동산 가치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는 여전하다. 수성구에 대한 주거 욕구가 강한 만큼 앞으로도 5~10년간 수성구 집값은 괜찮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전학이나 이사를 결정하는 데'수성구 프리미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교육 인프라와 집값 상승 기대감을 고려할 때 수성 학군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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