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는 대구경북의 향후 4년을 결정한다. 능력 있는 단체장을 뽑을 경우 미래가 밝고, 무능한 단체장을 뽑으면 그 지역민이 불행해진다. 대구경북 기초단체장 출마 예상자들은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특히 현직 단체장이 연임 제한 규정에 묶여 불출마하는 지역과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과 현직 단체장 간 불화설이 나도는 지역일수록 경쟁이 더 치열하다. 공천 국면에서 최대 관심은 한나라당 공천을 누가 받느냐다.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한 한나라당의 공천 책무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한나라당이 제멋대로 공천할 경우 역풍(逆風)이 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편집자주
한나라당의 대구 중구청장 후보 공천에는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순영(58) 현 중구청장이 4년 전 여성 전략공천 몫으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이제는 그동안의 공과(功過)를 평가받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에 맞서는 경쟁자들은 '왜 중구만 전략공천을 하느냐'는 이른바 '중구 차별론'을 내세우며 두 번의 전략공천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영식 국회의원은 좀처럼 공천과 관련한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바닥 민심도 갈피가 잡히지 않고 있다. 4년 전처럼 이번에도 지역구 국회의원이 단독으로 공천자를 결정하지 않고 대구 국회의원들의 합의에 따라 전략공천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재선 구청장이 한 번도 탄생하지 않은 지역적 특수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까지 윤 청장이 무난하다는 평가 아래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이지만 결국 공천심사위의 결과를 봐야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 청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진다면 재공천에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구 도심 디자인, 동성로 노점상 정리 등 역대 어느 구청장도 하지 못했던 일을 추진했고, 성과도 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는 "여성 전략공천이 아니어도 좋다"며 "경쟁자와 대등하게 평가하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윤 청장의 직무수행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본지가 KBS대구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구의 8개 기초단체장 중 윤 청장이 직무수행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여성계 등 대구의 여론 주도층들도 윤 청장을 두고 '중구에 꼭 맞는 구청장'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도심 공동화로 침체일로이던 중구를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로 새롭게 관심 지역으로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청장을 겨냥한 출처 불명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윤 청장이 전략공천으로 손쉽게 단체장이 됐고, 정치권의 생리에 밝지 않은 탓에 음해설에 시달리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면 친박으로 갈아 탈 것'이라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다른 당으로 가는 일은 절대 없다. 한나라당 공천에 승복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경쟁자들은 '중구 차별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다른 구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전략공천을 하는 것은 중구를 무시하는 처사는 것이 중구차별론의 요지다. 이 때문에 일부 출마 예상자들은 전략공천이 재현되면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 정책협력보좌관을 지낸 남해진(53) 중구청장 선거 예비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처럼 전략공천을 한다면 못 참는다. 차선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당헌·당규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천이 결정되면 깨끗하게 승복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끝까지 간다"고 주장했다.
중구청장 출마설이 나도는 류규하(54) 대구시의원도 "전략공천 탓에 국회의원과 윤 청장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았다"며 "또다시 전략공천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략공천이 되더라도 윤 청장이 다시 공천을 받을 확률은 절반밖에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시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중구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을 맡아 배영식 의원이 당선되는 데 일조했다고 자임하고 있다.
중구의원 3선을 지내고 대구시의원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한기열(58) 자유총연맹 대구시 중구지부장은 "전략공천도 좋지만 왜 중구청장을 전략공천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중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략공천 예상 지역이라는 소문이 워낙 강하다 보니 한 유력 출마 예상자는 "성전환 수술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반발 때문에 배 국회의원이 다른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배영식 국회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자른 뒤 "윤 구청장이 잘한다면서요?"라고 되물었다. 배 의원은 "중구의 전략공천 여부는 공천심사위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누구든지 공천을 신청할 수 있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공천 심사 이전에) 왈가왈부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정가에서는 대구 여성단체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여성단체가 윤 청장을 적극 지원하면 재공천에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성단체에서 윤 청장을 적극 지원하느냐 여부가 재공천에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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