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구상문학총서(구상 지음/홍성사 펴냄)

10년만에 채운 구상 시인의 모든 작품

시인 구상은 문인이며 사상가, 예술가, 구도자였다. 여러 호칭으로 불렸으나 그는 시인이었다. 그에게 시는 성전이자 제물이었다. 구상은 시인으로, 신앙인으로 살았지만 어떤 담도 쌓지 않았고, 어떤 담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 한복판을 오고가며 이웃들과 벗하며 살았다.

대구의 원로 소설가인 윤장근(이상화 기념사업회 회장)은 언제나 시인 구상을 입에 올린다. 문인으로서 대선배였던 구상과 함께 지냈던 대구의 피란 시절은 60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가장 아름다운 날들로 남아 있다.

구상은 한 시대의 사조나 유파에 편승하지 않았다. 그는 동서양의 철학과 형이상학을 융화시켜 독보적인 시세계를 확립했으며, 자기 안에 생명이 있는 동안, 생명처럼 맑고 끈질기게 희망을 갈구하는 글을 품고 썼다. 요동치는 시대와 역사 속에 그는 존재를 지키고 사유의 뿌리를 깊이 내렸다.

이번에 발간된 '구상문학총서'는 시, 수필, 비평, 논설, 논문, 희곡, TV 드라마, 시나리오, 서간문, 동화, 신앙 묵상집까지 구상 시인의 모든 작품을 망라한다. 2001년 봄, 처음 작업을 기획한 이래 10년 만에 채운 결실이다.

이승하(중앙대 교수) 시인은 구상 시인을 "시와 인간이 일치된 큰 시인"이라고 말했고, 문학평론가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는 "그의 목소리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넘어서 들려오는 예언자의 어조 그것이다"고 말했다. 김광림 시인은 "구상은 난세(亂世)의 시인이다"고 평했다.

1919년 서울 이화동에서 태어난 구상 시인은 1949년 연합신문 문화부장, 6'25 전쟁 중에는 '승리일보'를 만들어 종군했다. 대구에서 피란생활을 하면서, 피란 온 전국의 문인들은 물론이고 대구의 문인들에게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다. 천재화가 이중섭, 시인 오상순, 아동문학의 선구자 마해송, 걸레스님 중광 등을 보살폈고, 인간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서강대, 서울대, 중앙대, 하와이대 등에서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두 아들과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시인은 2004년 5월 세상을 떠났다. 전 10권/18만4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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