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무거워졌다."
1960년대 20세에서 29세까지 미국 여성들의 평균 몸무게는 58㎏이었다. 그러나 2000년 같은 나이 여성의 평균 몸무게는 71㎏에 달했다. 1960년대 40세에서 49세까지 여성의 평균 몸무게는 64㎏이었다. 그러나 2000년에는 77㎏으로 증가했다. 양쪽 모두 13㎏ 증가한 것이다.
미국의학 협회지는 1994년 7월호에 실린 연구 논문을 통해 '체중 증가 현상은 남녀노소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미국 내 비만 인구의 비율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게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체중이, 그처럼 현저하게 증가한 까닭은 무엇일까.(이는 비단 미국만의 현실은 아니다.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도 과체중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 국장을 지낸 지은이는 '과식은 허기나 특별한 음식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음식의 유혹에 대한 통제력 상실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식을 야기하는 충동적이고 강박적인 행동을 자극하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단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과식 중독에 걸린 현대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음식 섭취를 조절할 수 있는지 대안을 모색한다.
지은이는 과식 중독과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설탕과 지방, 소금을 지목한다. 이 세 가지 때문에 뇌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고당분, 고지방 음식을 찾도록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식품회사의 광고, 레스토랑 체인, 패스트푸드점 등이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음식을 먹게 하도록 한다고 밝힌다.
설탕과 지방, 소금은 어떻게 현대인의 뇌를 점령하는가.
지은이에 따르면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뇌의 기본 세포인 뉴런은 자극을 받는다. 뉴런은 보상을 주는 음식에 반응하면서, 전기 신호를 일으키고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이를 뉴런들이 감칠맛에 인코딩된다고 한다. 감각 자극들이 뉴런을 활발하게 반응하도록 만들면, 먹으라는 메시지가 더욱 강렬해지고 사람들은 열심히 자극을 찾는다'는 것이다. 설탕, 지방, 소금에 몸의 쾌감중추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많은 설탕과 지방, 소금을 찾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스스로 기만하기도 한다. 브로콜리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은 기름에 튀기고, 치즈토핑을 얹은 브로콜리이며, 포테이토칩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지방과 소금을 좋아하는 것이다. 여기에 식품판매자들이 '브로콜리, 포테이토칩'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스스로 위안을 찾기도 한다.
식품제조사들의 교묘한 기교도 한몫한다. 식품에 설탕이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면 성분 분석표에 설탕을 가장 윗줄에 적어야 한다. 그러나 설탕에 몇 종류의 감미료를 첨가해 설탕을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설탕의 총합은 가장 많지만, 각각 설탕 조미료의 성분은 줄어들어, 설탕이 포함된 원료를 분석표 맨 아래에 표시할 수 있다. 소비자는 흔히 이런 표기를 보고 '설탕이 많지 않은 제품'으로 오인한다.
도처에 맛있는 음식이 넘치고, 음식의 유혹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지은이는 음식이 뇌에 보내는 '충동 신호'를 거절하는 방법으로 '계획해서 먹기,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기, 광고의 함정 피하기, 비판적 인식 갖기' 등을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은 '과식은 전염병'이라는 전제 아래 인간과 음식의 관계, 건강과 안녕을 위협하는 음식의 이면을 보여준다.
지은이 데이비드 A 캐슬러는 시카고 로스쿨, 하버드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조지 부시 대통령,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 식품의약국 국장을 지냈다. 재직 당시 담배 산업과 전쟁을 치렀던 그는 현재 비만과 싸움 중이며,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348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