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 '로드킬'에 당한 도롱뇽에 대한 단상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도롱뇽의 슬픈 눈망울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녀는 시멘트 포장길 한가운데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바로 '로드킬'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경칩인 6일 아침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모처럼 산책을 나가 뒷산을 가볍게 한바퀴 돌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산을 다 내려왔는데, 아내가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말하더군요. 길가에 개구리가 한 마리가 죽어 있다고 말입니다. "웬 개구리" 하고는 그곳을 응시해봤더니 정말 뭔가가 시멘트 포장길 한가운데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는 도롱뇽이었습니다. "아, 이런 도시에 웬 도롱뇽이란 말인가"란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순간 이내 그 탄성은 잦아들고, 그녀의 슬픈 눈망울을 응시하게 됩니다.

뒷다리가 차바퀴에 치여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채로 오도 가도 못하고 널브러져 있는 그녀는 그 큰 두 눈을 내리깔고는 체념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 슬픈 눈망울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응시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너무나 슬픈 풍경이었습니다.

아마 이 경칩날에 그녀는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막 일어나 굴에서 기어 나오다가 이런 변을 당한 것이겠지요. 그녀는 도랑에 들어가 수영도 한번 못 해본 채, 잠을 깨자마자 죽음의 경계에 서게 된 것이지요. 그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 와락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문명이란 것이, 특히 자동차 문명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비 내린 여름날 시골길을 가다보면 도로 곳곳에 개구리들의 납작해진 주검들이, 창자가 터지고 뇌수가 튀어나온 개구리들의 주검들이 널려있는 모습을 흔히 목격하게 됩니다. 그 자동차 바퀴에 치여서 죽어가는 개구리들의 수가 그 얼마일까를 생각하면 너무나 아득해집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경제 성장이란 허울 좋은 명분으로 도로를 포장합니다. 온 국토를 아스팔트로, 시멘트로 포장해서 자동차가 쌩쌩 다닐 수 있게 만드는, '그들만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벌이고 있는 짓이 바로 도로 건설입니다. 지금도 이 일은 멈춤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지금은 강마저 '야만의 길'을 내기 위해서 파헤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길에선 수많은 개구리들이, 도롱뇽이, 고라니가, 삵이, 뱀이, 새가, 고양이가 차에 치여서 날마다 날마다 죽어갑니다. 더 슬픈 것은 그들은 죽어서도 또 계속해서 차에 치이고 치여서, 살갗이 산산이 분해되어 다 날아갈 때까지 그대로 방치된다는 것입니다.

불교의 윤회설은 말합니다. 오늘의 네가 내일의 개구리로, 고양이로, 뱀으로, 도롱뇽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그것은 나의 다른 모습일진대, 인간의 다른 모습일진대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래도 되는 일인가요? 천벌을 받을 일이고, 천벌을 받을 문명입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천재지변의 소식은 하늘의 경고일 것입니다. 우리 문명의 길을 바꾸라는 하늘의 목소리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 하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경칩날 만난 도롱뇽의 슬픈 눈망울이 들려준 이 가녀린 그러나 준엄한 목소리에 이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그녀를 살짝 건드려 보았습니다. 다행히 꿈틀꿈틀 합니다.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그녀를 나뭇잎 위로 고이 모시고 도랑으로 내려가 살짝 놓아줬습니다. 그녀는 축축한 낙엽더미 속으로 바로 파고들더니 이내 그 슬픈 얼굴을 깊이 감춥니다.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으론 절대로 나오지 않으려는 듯이 말입니다.

경칩날의 슬픈 풍경이었습니다. 인간임이 부끄러워지는….

정수근(대구시 수성구 만촌3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