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가 늘어가는 요즘,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힘겨움을 토로한다. 계절마다 학교 행사가 있어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데도 생계에 바빠 아이에게 미처 관심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3월에 펼쳐지는 '고무동력기, 글라이더' 날리기 대회가 그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무동력기 가격도 천차만별인데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수입 부속품까지 구입해야 한다. 게다가 연습시간은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고무동력기의 고무줄 감는 거며, 글라이더 잡아주는 것조차 교사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학부모가 준비해야 하고, 심지어 힘든 시간을 쪼개 대횟날 학교에 나가 일일이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그러면 교사들은 뒷짐을 지고 앉아 '누가 잘하고 잘못했는가'만 평가해주면 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을에 펼쳐지는 학예회를 보면 더욱 가관이다. 발레, 댄스, 연주 등 분야에 희망자를 추려낸 뒤 알아서 연습해 오란다. 이러면 학원에서 오랜 기간 배우고 닦은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아이만이 추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누가 어떤 학원에 다녀서 이만큼 잘하는가를 평가하는 자리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여건이 안 되어 전문 분야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교내 학예회 무대조차도 설 자격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무대에 서지 못하는 아이들은 부모를 원망하며, 무대 위의 친구들을 쳐다보면서 박수만 치다가 끝나는 것이다. 여건이 되지 않아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말로만 '사교육을 줄이자'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교육이 없어질 수 있겠는가. 현재 공교육은 '사교육 평가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집에서 부모들이 여기저기 좋은 학원을 보내 가르쳐놓으면 학교는 '~대회, ~학예회'라는 명목 아래 그 수준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항목별로 그룹을 나누어 담임선생님의 지도 아래 연습 기간을 거쳐 발표회를 한다면 더욱 값지고, 친구들 간 우정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학교에서 다른 것은 하지 말고, 오로지 공부만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준비를 해주자니 여러모로 부담이 되고, 안 해주자니 우리 아이 학교에서 바보가 되는 것 같아 안쓰럽고…. 그렇다고 내 아이 기 살려주자고 도둑질할 수는 없잖아요." 이런 안타까운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사교육 평가의 장으로 변질되어가는 공교육이라면 ~ 대회니, ~ 학예회니 하는 것들을 아예 하지 말라는 의견에 절대 공감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각 학교의 교사들이 깊이 받아들여, 학교에서 교사들이 직접 가르쳐서 평가하는 진정한 발표회를 기대해본다. 그래야만 공교육의 위상을 절대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투고(sds4290@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