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입학 시즌이다. 이맘때면 동요 '봄나들이'의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라는 가사가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봄의 아름다움은 개나리의 노란 빛에서 시작된다. 노란 빛의 느낌은 새 생명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 희망 바로 그것이다. 개나리의 꽃말은 순결, 깨끗한 마음, 희망 등이 있다. 개나리가 봄에 일찍 노란 꽃으로 산과 들을 물들이는 것을 보고 의미를 부여한 듯하다.
개나리는 생명이 움트는 봄의 대명사로, 어쩌면 봄꽃의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무리지어 필 때 아름다움을 더한다. 정원에 개나리가 없다면 가지를 꺾어다 양지바른 울타리 밑에 그냥 꺾꽂이만 해도 잘 자란다. 울타리에 심어 담장 아래로 늘어진 가지에 꽃이 만개하면 멋스런 운치를 형언하기 힘들다.
개나리는 생장속도가 빠르고 어디서나 잘 자라고 추위와 공해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정원이나 공원, 길가에 많이 심고 있다. 씨로 번식하기도 하지만 가지를 휘묻이하거나 꺾꽂이하기도 한다. 봄의 전령인 개나리는 첫 꽃망울을 터뜨리는 3월 중순경부터 제주도에서 시작해 남해안에 상륙한 뒤 온 나라를 노랗게 물들인다.
매년 3월말~4월초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개최되는 응봉산 개나리축제가 대표적인 개나리축제로 올해로 14돌을 맞는데, 산 전체가 노랗게 물들어 축제 때는 장관을 이룬다. 목포에서는 2008년부터 유달산 개나리축제(유달산 봄맞이축제)가 개최되고 있으며, 대구에서도 봄이면 신천 둔치 상동교에서부터 개나리가 만개해 회색도시의 색깔을 바꾼다.
꽃이 진 개나리는 잎이 나고 가을에 열매가 맺히는데 꽃이 만개했을 때보다는 볼품이 없다. 가을에 달리는 열매는 꽃에 비하면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귀중한 한약재로 사용되는 것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한의학에서 개나리(통칭 개나리)는 물푸레과에 속한 낙엽관목으로 약용으로 사용되는 열매는 한약재명으로 연교(連翹)라고 하는데, 가을에 열매가 익기 시작할 때(청교, 靑翹) 또는 완전히 익었을 때(황교, 黃翹) 채취하여 증기로 쪄서 말린 것이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자라며 특히 경북 의성이 유명하다.
연교는 성질이 약간 차며 맛이 쓰다. 또한 질이 가벼워서 주로 상부(上部)로 작용하는데 신체의 발열 증상을 치료하고, 종기가 생겨 붓고 열이 나면서 단단한 급성기 때 효능이 있다. 즉 발열감기, 급성 열병인 독감'홍역, 각종 급성기의 편도선염, 임파선염, 유선염, 위염이나 입안이나 혀가 헐 때, 여드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약재다. 이뇨작용이 있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에 이용하기도 한다. 해열작용을 배가시키기 위해 인동초 꽃과 함께 사용한다.
한의학에서는 염증을 제거하고 세균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생제로서의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상기도 감염과 피부 질환을 많이 보게 되는 한방 이비인후과와 피부과에서는 필수적인 약재이며, 최근 이러한 연교의 항염증작용을 이용하여 기능성 화장품의 재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연교 추출물은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황색포도상구균, 용혈성연구균, 폐렴간균 등의 병원성균에 대해 강한 항균작용이 있으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염작용이 있어 염증삼출액과 수종을 억제하며 해열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개나리 꽃은 군락으로 노랗게 어우러져 피면 정말 예쁘지만 그 열매인 연교는 성질이 강하여 급성기의 발열 증상에 주로 사용되는 약재로, 평소 비위가 허약하여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거나 속이 냉한 사람과 신체부위에 종기가 있으나 급성기가 지나 발열증상이 없는 경우는 설사를 할 수 있으므로 복용을 금한다. 또한 과량이나 장기간 복용할 수 있는 약재는 아니므로 전문 한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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