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여심(女心) 잡기' 경쟁이 뜨겁다. 금융권에서 여성 고객들은 높은 경제력에 비해 연체율이 낮아 양질의 고객층으로 꼽힌다. 또 가계 경제의 주도권을 쥔 여성들은 다양한 친목 모임을 하면서 서로 연대감이 강하고, 주변의 권유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어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 충성도 높은 한 명의 여성 고객이 갖는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은행과 카드사들은 여성들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아예 여성을 영업점의 일일지점장에 임명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은행도 있을 정도다.
◆'빅마우스'를 잡아라
주부 강명희(52)씨는 최근 대구은행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남편이 일하는 은행 영업점에서 일일지점장으로 일하며 직접 영업 현장을 체험한 것. 오전 일찍 은행으로 출근한 강씨는 업무 현황과 일일업무를 보고받은 뒤 영업을 시작했다. 결제도 직접 했고,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안내도 도맡았다. 친구들을 불러 적금 상품도 권유해보고 실적도 올렸다. 업무 시간이 끝난 뒤에는 직원들과 회식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도 풀었다. 강씨는 "남편이 37년간 근무하고 있는 직장이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다"며 "은행영업을 몸소 체험하면서 가족애와 동료애를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직원가족 일일지점장 체험 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대구은행 200여개 영업점 중 130곳에서 펼쳐졌다. 130명의 우량 여성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대구은행 개인고객부 신용필 차장은 "직원가족과 소통하고 활기찬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게 주된 목적"이라면서도 "여성들에게는 소문 확산이 빠르다는 '빅마우스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성 서비스 강화하는 은행권
은행권은 섬세하면서도 부가서비스를 꼼꼼히 따지는 여성들을 위해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여성 특화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 '민트 레이디클럽'을 운영 중이다. 환율 및 수수료 우대와 우대금리 적용 등 다양한 금융혜택과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영화 시사회, 메이크업 클래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 출시 5개월 만에 17만3천여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외환은행은 여성 전용 대출상품인 '여성파트너론'을 내세웠다. 만 20~60세 이하의 여성 고객으로 우량기업체나 정부투자기관, 전문직 여성 직장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최고 1억원까지 신용 대출되며 금리는 일시대출의 경우 6.5~7.67% 수준이다. 또 거래실적에 따라 연간 1개월분에 해당하는 대출이자를 현금으로 환급해준다. 국민은행의 '명품 여성종합통장'은 지난 2006년 출시 후 최근까지 97만8천여계좌, 7천600여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예·부적금 가입 시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ATM 상해보험'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우리은행이 선보인 '체리통장'은 여성들의 인생주기에 맞춰 입·출금통장과 카드, 적금 가입,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여성전용 복합금융 상품이다. 상품에 가입한 뒤 3개월 동안은 인터넷뱅킹 등 각종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3개월 이후 체리적금에 가입하거나 체리카드를 사용하면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계속 면제받을 수 있다. 체리적금은 주택청약종합저축 보유시 0.1%p, 두 자녀 이상을 둔 여성이 가입하면 0.1%p의 추가 금리를 지급한다. 가입자에게는 전화 영어교육 할인서비스도 제공된다.
기업은행에는 IBK사이버문화센터 무료 수강혜택과 3천만원 이상 적립식 상품 가입시 1천만원짜리 암보험에 가입해주는 여성시대 통장이 있다.
◆카드사들도 여심잡기 경쟁
대구백화점이 지난해 선보인 '대백 대구은행카드'에는 여성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여성전용향기카드'가 있다.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향수를 뿌리면 한 달간 향이 지속되는 점이 특징. 대구백화점 3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와 5% 할인 서비스, 대백멤버십 포인트 적립, 영화 및 주유 할인, 놀이공원 무료 입장, 휴대폰 요금 할인 등 다양한 혜택도 준다. 신한카드가 내놓은 '생활愛카드'는 남녀 공용 상품이지만 월납요금을 최대 2만원까지 할인해주는 등 생활비 절약이 강점이다. 가입자 11만명 중 63%가 여성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쇼핑을 선호하는 여성들을 위한 카드로 있다. 삼성지엔미 포인트카드는 일반 가맹점에서 0.2%p가 기본 적립되고 젊은 여성이 자주 이용하는 5대 TV홈쇼핑 및 인터넷 쇼핑몰에서 두 배인 0.4%의 포인트가 쌓인다. 카드 사용액이 300만원을 넘으면 최대 0.8%까지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현대카드의 'M 레이디'는 백화점과 대형소매점, 온라인 쇼핑몰 등 여성들이 자주 찾는 가맹점에서 3~5% 할인과 동시에 포인트 사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국민은행 'KB스윗카드'는 연령대 별로 다양한 혜택을 준다. 젊은 여성들이 자주 가는 피부관리점과 커피전문점 등에서 할인을 받거나 자녀들이 자주 이용하는 학원, 독서실 등에서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전국 골프장, 스포츠센터 등에서 5% 할인이 가능하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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