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덕포동 이모양(13)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사건발생 보름만인 10일 오후 2시 45분께 부산 사상구 삼락동의 한 다세대 주택 옥상에서 발견돼 경찰에 붙잡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30여초. 검거는 순식간에 진행되었지만, 긴박했던 그 순간은 억겁의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 수사본부와 검거에 성공한 강희정·이용 경사,하성욱·장예태·김형진 순경, 그리고 인근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검거 상황을 재구성했다.
10일 오후 2시 40분께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 인근 다세대주택·빌라 밀집지역. 경찰은 2명씩 조를 나눠 인근 덕포시장에서 수색작업을 확대하고 있었다. 이미 서너 차례 뒤졌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음식물과 현금 등이 없어지고, 김길태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30대 남자가 자주 목격된다는 소문이 무성해 외면할 수 없었다.
이 일대 주택 대부분은 3층건물로, 건물 높이가 비슷한데다가 건물 간 간격이 1m도 안 되는 곳이 많았다. 심지어 일부 다세대 주택은 거의 붙어있을 정도여서 몸이 빠른 김이 숨어있다가 도망치기 쉬운 구조였다. 당시 경찰은 옥상 등을 대상으로 집중 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부산경찰청 기동대 소속 하성욱·장예태 순경이 수색을 위해 한 빌라 옥상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김과 유사한 인상의 한 남자를 발견했다. 이 남자는 하 순경 등이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들은 듯 이들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옆 빌라 옥상으로 뛰어넘어갔다. 두 건물 사이의 간격은 50㎝ 정도.
하 순경 등이 "길태다!"라고 외치며 뒤쫓자 김은 영화 속 스파이더맨처럼 건물 한쪽에 등을 대고, 손과 발을 이용해 건물 벽면을 타고 내려갔다. 김이 3층 옥상에서 지상에 발을 디딘 순간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0초. 눈 깜짝할 사이 내려온 김은 인근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H빌라 A동 1층 주차장을 통과해 골목길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카고팬츠에 회색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푸른색 마스크를 쓴 김은 3~4m 앞에서 접근해오던 부산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강희정 경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주차장 왼쪽길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김을 향해 달려오던 이용 경사와 사상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김형진 순경이 서로 부딪혀 쓰러졌고, 김은 이들을 비켜 도주했다. 20여m를 달렸을까. 쫓아오던 강 경사가 1.5m 떨어진 곳에서 몸을 날려 김과 같이 쓰러지면서 김의 목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순간 이 경사와 김 순경이 함께 덮쳤다. 마침내 김이 검거되는 순간이었다. 이 모든 것은 단 1분 만에 이루어졌다.
검거과정을 지켜본 인근 주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검거 현장 인근에서 헤어숍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37·여)씨는 "가게 앞에서 '김길태다' '잡아라'등 외치는 소리가 들려 밖을 보니 김과 경찰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H빌라 바로 옆 건물에서 1층 정문을 수리하고 있던 김모(50)씨는 "김이 마주보고 달려오자 발을 걸었는데 균형을 잃고 쓰러졌고, 김은 이내 제압당했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주민은 또 "김이 쓰러지자 수십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고 덧붙였으며, 또 다른 주민은 "(김이)제대로 못먹어 힘이 없어서인지 잡힌 순간에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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