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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로 그린 나무 밑둥치, 민초들 삶 같네…김광배 개인전

#한 시대를 지탱하는, 그래서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은 누구일까. 5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김광배 화백은 그런 고민을 하는 작가다.

19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핏줄 선 손목으로 횃불을 든 사내의 그림을 기억할 것이다. 김 화백은 이 같은 민중 미술을 해오다가 1990년대 이후 유화 작품으로 돌아선다. 이번 전시에 주로 선보이는 작품은 풍경화다. 소나무, 언덕 등 우리에게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이 묵직한 유화 사이로 시대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는 예술가가 오버랩된다. 그 진정성은 고스란히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나무의 밑둥치를 유독 사랑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잎들의 자태를 즐기는 요즘 세상에, 그는 줄기차게 소나무의 밑둥치를 그린다. 그 모습에 시대를 떠받쳐온 서민들의 모습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나무들은 벌써 자리를 옮겨갔죠. 남은 소나무들은 결국 휘어져 못생기고 쓸모없는 나무들입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하지 않습니까."

그의 작품은 수년에 걸쳐 완성된다. 유화의 특성상 물감을 덧바르고 색을 다시 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결코 가볍지 않다. 붓, 나이프, 손, 물감의 거친 마티에르가 살아있다. 오랜 시간을 축적해 그가 뽑아내는 것은 기(氣). 오래전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통해 느꼈던 기를 작품에서 살려내고 싶은 거다.

독특한 색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자신만의 화풍으로 은근하고 끈기 있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그의 말대로, 초야에 묻혀 순수하게 믿음을 지켜나가는 민초들이 아직은 더 많다. 그의 50여 작품은 그런 희망을 말해주고 있다. 전시는 15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053)420-8015.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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