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제징용 현장 日 우토로에 사는 조선인들의 애환…

사진작가 임재현, 2003년부터 7년간 앵글에 담아

임재현 작
임재현 작
임재현 작
임재현 작

#일본 교토 인근의 우토로는 재일 한국인의 한의 상징이자, 슬픔의 역사가 집약된 땅이다. 이 우토로를 사진을 통해 기록해온 사진 작가가 있다. 사진 작가 임재현은 2003년 겨울부터 슬픔의 땅 우토로를 오가며 우토로의 시간을 기록해왔다. 단서는 신문에 난 작은 사회면의 기사였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뿔뿔이 흩어진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죠. 그래서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우토로로 향했습니다."

처음엔 우토로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작가를 경계했다. 철거민들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해준 게 뭐 있냐'는 야단도 들어야 했다. 그러다가 한 두번 더 가니 마음의 빗장이 풀렸다. 이젠 우토로 사람들은 작가에게 정이 들어 밥도 해주고 차도 내준다.

일 년에 두 차례, 매년 우토로를 기록하면서 작가는 우토로를 사랑하게 됐다. 우토로 문제도 점점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이젠 국내외에서 캠페인을 통해 모은 기금으로 우토로 마을 절반 가량의 토지를 구입했고, 마무리 작업만 남았다.

작가의 사진은 암울했던 우토로의 2003년부터 희망이 현실이 된 2009년까지의 기록이다. 한 사진작가의 7년간의 애정과 치열한 문제의식이 사진에 녹아 있다. 우토로 캠페인 등에 이미지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예술가로서 사회적 본분에 충실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이 성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요. 그런데 우토로의 경우 멋진 결과까지 제가 기록할 수 있어 자부심이 크죠."

우토로에 대한 그의 애정은 주변으로 번져 나간다. 주변의 몇몇은 올 여름, 그의 사진집을 들고 우토로를 찾을 계획이다.

"젊은 사람들이 제 사진을 통해 역사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흩어진 민족들도 우리들의 역사이니까요."

'우토로 사람들 그 이후' 전시는 16일부터 2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1전시실에서 열린다. 011-536-352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우토로란?

우토로 역사의 시작은 일제 강점기였던 1940년 4월, 교토 비행장 건설을 위해 조선인 노동자 2천여 명이 우토로에 강제 징용되면서 시작된다. 공사를 위해 해방 직전까지 교토군사비행장 건설 현장에 끌려온 강제 징용 조선인 노동자와 가족들은 집단 합숙소인 함바에 거주하고 있었다. 일본 패전 후에 규슈, 후쿠오카 등지에서 광원으로 징용됐던 조선인들과 해방 후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들은 우토로에 마을을 형성해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들은 건설 현장에서 고달픈 노동과 허드렛일로 지금껏 삶을 이어왔다. 그런데 교토부의 토지였던 우토로 마을은 1961년 토지 소유권이 닛산차체 주식회사로 일방적으로 승계됐고, 1988년에는 주민들도 모르게 우토로 토지 매매가 진행, 전매된 사실이 알려졌다. 1999년 일본 최고재판소의 상고 기각 결정으로 주민들은 패소했고 강제 퇴거가 확정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5년 우토로 국제대책회가 만들어지고 우토로 땅 매입을 위한 모금 캠페인이 시작됐다. 지금은 마을 절반을 매입했고, 그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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