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한 섬유업체가 태풍 매미(2003년 9월) 피해로 자칫 문을 닫을 뻔 했다. 하지만 여성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오뚝이처럼 일어나 꾸준한 연구개발로 신제품 잇따라 개발, 재기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대구달성산업단지 ㈜에스케이텍스(대표이사 정현분)는 2000년 창업했다. 사명은 'SUN OF KOREA TEXTILE'의 앞글자를 따왔다. 한국 섬유의 태양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섬유기계 수출에서 원단생산에 뛰어들어
정 대표가 여성으로서는 척박하다고 할 수 있는 섬유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중반. 섬유 직기를 중동으로 수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섬유 후진국들을 오가며 활발하게 수출 영업을 하던 중 IMF사태가 나면서 대구경북의 많은 섬유업체들이 도산했다. 섬유업체들이 돌리다가 멈춰 선 직기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덩달아 매출도 늘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수출에 탄력이 붙나 싶더니 2000년 어느 날 5억여원의 섬유직기가 수출되지 않고 쇳조각이 될 위기에 처하는 등 경영위기가 닥쳤다. 때마침 회사 상황이 어렵고 주변에서 직접 섬유업을 해보라는 권유에 따라 새롭게 시작한 것이 오늘의 에스케이텍스다. 2000년 6월 개인기업 에스케이텍스를 설립했고, 2001년 7월 ㈜에스케이텍스로 법인을 만들고 정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연구개발의 성과로 신제품을 생산하고 정 대표가 직접 영업 활동도 뛰어들었고 매출도 크게 늘어나 성장 가도를 달렸다.
◆폭풍 매미의 아픔을 겪다
잘 나가던 회사가 2003년 또 복병을 만났다. 태풍 '매미'로 인해 공장이 물에 잠기고 돌덩어리와 흙더미가 공장을 덮쳐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없었다. 정 대표는 "물난리로 인한 흙탕물로 인해 기계설비, 원단 완제품, 재료 어느것 하나 건질 게 없었다. 폐허 상태라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회사가 부도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낙 큰 피해를 입었기에 재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 앉아 있을 수만 없었다.
정 대표는 "다행스럽게도 보험에 가입해 있었고 행정기관과 자원봉사자 등 주변의 도움도 컸다"면서 "무엇보다 우리 회사의 제품을 믿어준 외국 바이어들의 주문이 끊어지지 않아 직원들이 똘똘 뭉쳤고 재기할 수 있는 힘을 얻어 수개월 만에 회사를 조기 정상화시켰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피해 복구와 조기 정상화는 각 언론에 성공사례이며선 노사협력 우수업체로 관련업계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고기능 폴리에스터 원단 생산
이 회사는 재기한지 얼마 안 된 2004년에는 불에 타지 않는 난연사 제품을 국내 최초로 생산해 미주, 홍콩 등 해외 바이어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수출도 늘었다.
요즘 이 회사 주력 생산품은 실크와 흡사한 폴리에스터 제품이다. 실크소재를 원하지만 세탁법과 비용 등을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폴리에스터에 다양한 가공방법을 접목해 실크 같은 느낌을 주는 제품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원단은 여성 블라우스와 속옷 제작에 쓰인다. 100% 폴리에스터 원사를 사용해 실크의 효과를 창출하고 발수가공 및 향균처리기능을 가미한 고품질 고기능 제품을 개발 생산, 어려운 섬유시장을 기술과 품질로 극복한 것이다. 가볍고 부드러운 이 원단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미주, 유럽, 중동 등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수출이 차지하는 분량이 전체 생산량의 90% 정도 차지할 정도다. 이들 제품들은 이 회사의 독자적인 기술로 소품종 다량생산 체제의 시스템을 갖췄다.
정 대표는 요즘 국제섬유전시회 참여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국제섬유박람회에 2, 3년 참관하지 않았더니 트렌드를 잘 읽지 못하고 매출액도 줄었다. 2, 3년 전만 해도 월 평균 250만야드를 생산했으나 요즘은 70만야드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매출액도 140억원 정도에서 80억원 정도로 줄었다. 하지만 소량 생산을 하고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으로 만족을 느낀다.
정 대표는 "무역 업무를 위해 인원도 보강하고, 올해는 대구국제섬유박람회 참가 등을 통해 직수출 물량도 늘려 회사를 키우겠다. 소품종 다량생산을 통해 일본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고품질 생산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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