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자발찌 '끊기고' CCTV는 '놓치고'

성범죄 차단 인력 장비 등 제도 미흡…곳곳이 범죄 사각지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성일권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성일권기자
대구에는 설치된 방법용 CCTV가 태부족해 아동성범죄 예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대구에는 설치된 방법용 CCTV가 태부족해 아동성범죄 예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피의자 김길태는 1997년 성폭행 미수로 3년을 복역한데 이어 2001년 부녀자를 10일간 감금하고 성폭행, 8년 수감생활을 한 뒤 작년 6월 출소한 성범죄자였다. 그는 지난 1월에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였지만 전자발찌법 시행(2008년 9월) 이전에 수감돼 특별관리대상이 아니었다.

아동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성범죄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제도 개선이 안돼 성범죄가 되풀이되고 있다.

성범죄자들에게 부착하는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는 2008년 9월 이후 성범죄자에게만 적용돼 관리대상이 극소수에 그치고 있고 폐쇄회로(CC) TV도 태부족해 성범죄자에 대한 감시와 범죄 차단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전자발찌는 만능 아니다

11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Y(28)씨가 20일 만에 검거됐다. 앞서 K(40)씨 역시 100일간 도피행각을 벌이다 지난달 10일 경찰에 붙잡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 9월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이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전자발찌 훼손·도주 사건은 7차례 발생했다.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가 성범죄 예방을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전자발찌 훼손·도주가 속출해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자발찌는 가위나 벤치로 쉽게 자를 수 있고, 전자발찌 위치추적기술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지하에서도 부착자를 감사하는'지하철 내 위치추적 안테나'는 절대 부족이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전자발찌 부착자가 지하철에 타고 있는지, 혹은 지상에 있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구 55곳을 비롯한 전국 192개 지하철역사가 성범죄자 감시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자발찌 소급적용' 같은 무리한 대책보다는 감호치료 제도를 강화하고 선진국에서 이용하고 있는 '재택 구금' 방식이나 활동 영역을 제한하는 '특별 준수 사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범용 CCTV 설치도 어려워

대구 각 경찰서에 따르면 성범죄 상당수가 아파트나 주택가 등 CCTV가 없는 감시 사각지대에서 벌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단체나 경찰은 CCTV 설치가 아동성범죄를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고 본다.

대구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사무실 등에 첨단보안시설이라는 이름으로 CCTV 설치가 일반화되고 있지만 정작 감시체계가 필요한 곳곳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순간적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위해 CCTV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 주택가의 성범죄 감시를 위한 CCTV는 크게 부족하다.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전국 시도별 방범용 CCTV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는 53건의 아동· 청소년 성범죄가 발생했지만 방범용 CCTV는 890대 불과하다. CCTV 1대당 관리 인구가 2천798명에 달해 전국 16개 시·도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안의원은 "방범용 CCTV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지방, 자치구 등 재정상태와 관계없이 인구에 비례해 모든 지역에 골고루 설치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조치는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설치 의무화를 포함한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규칙' 개정안을 지난해 입법예고했지만 사생활 보호 등을 내세운 규제개혁위원회의 철회 권고에 따라 결국 백지화됐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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