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큰 울림을 전했던 법정 스님이 어제 열반에 들었다. 50여 년 납자(衲子)의 길을 걸으면서 평생 '비움'을 화두로 한 그답게 장례식도 말고 수의도 관도 짜지 말며 그냥 평소 입은 그대로 대나무 평상 위에 몸을 뉘어 다비하라고 당부했다. 시공을 버리는 시점에서도 부질없는 일로 남을 번거롭게 하지 않겠다는 유언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와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만든다.
스님은 10여 년 전 기증받은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바꿔 문을 연 길상사의 회주를 맡은 것 외에는 평생 주지 자리 한 번 앉은 적이 없다. 승가나 세간에서 그리 자리다툼이 심하건만 그저 맑고 향기롭게 살다가 가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강원도 산골 오두막을 거처로 성인의 가르침을 중생에 전하고 말과 행함이 다르지 않은 수행자로서의 본분과 소임을 다하다 간 것이다. 그래서 스님의 삶이 더욱 풍요로웠고 그 넉넉함이 속세에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스님은 종교 간의 벽을 허무는 데도 앞장섰다. 같은 진리의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 등 돌리고 외면했던 옹졸함을 화해와 나눔의 정신으로 초월하도록 가르쳤다. 서로 다른 것이라도 긍정하고 아름답게 또 허물없이 여기고 가까이하는 게 왜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 주었다. 이 같은 스님의 삶은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배척과 분열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헛된 것인지를 깨우쳐 준다.
세상과 스님을 연결시켜 준 '무소유'나 '산방한담' 등 숱한 산문집과 글들은 청량한 물이자 비움의 삶을 전한 질박한 그릇이었다. 세상에 보다 가까이 살다 그냥 훌쩍 떠나면서 남겨 놓은 한 줄기 맑은 향기였다. 스님이 글로, 입으로 또 직접 몸으로 전하고 실천한 아름다운 마무리가 우리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먼발치에서나마 배움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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