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기업형슈퍼마켓(SSM) 대책을 통상 마찰 시비를 없애는 방향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는 SSM 등록제 강화, 전통상업보전구역 지정 등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WTO 서비스협정은 외국 사업자가 서비스 공급 시 공급자 수와 공급량을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마련 중인 방안은 광역자치단체별로 공동도매물류센터를 설립하고 동네슈퍼를 하나의 공동브랜드로 묶어 고객들이 대형유통점이나 SSM에서 쇼핑하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스마트숍'(나들가게)을 당초 1만 개에서 더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원적인 처방이 아니다. 전국의 동네슈퍼는 9만 6천여 개에 달한다. 이 중 일부만이 스마트숍으로 육성된다. 나머지 대다수 동네슈퍼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스마트숍 자체의 경쟁력도 의문이다. SSM 흉내를 낸다고 해서 영업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의 관건은 SSM과 같은 가격경쟁력을 갖는 것인데 정부가 구상하는 공동구매방식이 대형 유통업체만큼 가격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중소상인 보호의 첩경은 SSM의 마구잡이식 진출을 막는 것이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등록제 강화이다. SSM 규제의 취지는 대기업 견제이다. 외국 기업 차별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외국 기업 가릴 것 없이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SSM 진출을 규제한다는 것을 WTO에 설득하면 될 일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그런 과정을 거쳐 300㎡ 이상 점포는 엄격한 허가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WTO 규정 핑계만 대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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