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대구시장과 양자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이 12일 돌연 대구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대구시장 선거구도가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은 김 시장의 독주가 예상되지만 그 흐름이 계속될지 미지수다. 대구시당위원장인 서 의원을 비롯한 박종근, 이한구 의원 등 지역 원로급 의원들이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어 의외의 후보가 등장, 파란을 불러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 의원들은 이한구 의원을 대항마로 추대할 움직임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서상기 의원 불출마 배경은
서 의원은 이날 "대구시를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고 대구시장 선거가 친이와 친박 간의 계파대결구도로 짜여지면서 갈등양상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불출마의 직접적인 이유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장이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서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나 대구시장 출마 준비를 밝히고 박 전 대표와 통화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서 의원의 출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대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정도 봐야 하지 않느냐'며 서 의원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서 의원으로서는 자신의 출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확고한 지지의사를 확인하지는 못한 셈이다.
◆지역의원들 움직임은
대부분 지역의원들은 서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은 서 의원의 불출마에 적잖은 배신감을 느낀 듯 했다. 친박계는 내주 초반에 모임을 갖고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의원은 "(서의원의 불출마에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친박계의원들이 의견을 모아 '친박후보'를 내세우든가 ▷제3의 후보를 추대하는 방안 ▷김 시장외의 대안이 없다는 것으로 입장으로 정리하는 세 가지 방안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조원진 의원은 "앞으로 대구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고민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영식 의원은 "새로 참신하고 유능하면서도 중립적인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지역 원로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명규 의원은 "그냥 김 시장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누구든 나서면 경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 급부상
서 의원의 낙마로 의외의 인물이 김 시장의 대항마로 등장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다수 친박계인 지역 의원들이 새로운 인물을 밀 경우 김 시장에게 더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몇몇 지역의원들은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의 출마의사를 타진하며 추대를 추진하고 있다. 당사자인 이 의원은 "시간이 없고 대구는 친박정서가 강한 지역"이라고 전제하고 "우려했던 계파갈등이 아니라 누가 더 대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출마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의원의 달라진 자세는 대다수 지역의원들이 자신을 추대할 경우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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