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낯익은 거리, 낯선 맛…동성路 '음식 세계일주'

16개국 낯선 맛 '글로벌 식문화'

대구 동성로에 글로벌 식문화가 꽃피고 있다. 인도 네팔 음식점인
대구 동성로에 글로벌 식문화가 꽃피고 있다. 인도 네팔 음식점인 'TARA'에서 내외국인들이 인도음식을 맛보고 있다. 이재근기자

# 1일 점심시간 대구 중구 삼덕소방서 로데오거리. 한집 걸러 한집 꼴로 테라스가 널찍한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풍의 정통음식점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직장인 김상현(34)씨는 "두달 전 우연히 이곳 이탈리아 음식점에 친구와 들렀다 담백한 정통 이탈리아 파스타 맛에 푹 빠져버렸다"며 "소스, 면 종류·두께 등 입맛에 따라 20가지가 넘는 조리법을 일일이 설문조사하듯 체크하는 것이 이탈리아 유학시절 먹었던 그 맛의 비법인 것 같다"고 했다.

이곳 김대현(45) 셰프는 "올해 들어 유럽 음식점 세곳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며 "3년 전만 해도 동성로 전체를 통틀어 유럽 음식점은 2, 3곳에 불과했다"고 귀띔했다.

# 한달 후 유럽 일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지영(26·여·서구 이현동)씨. 지난주부터 시간 날 때마다 동성로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다. 동성로에 입점해 있는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스페인 등 여행할 나라의 음식점을 찾아 미리 입맛을 길들여 놓기 위해서다. 이씨는 "1년 전 동남아 배낭여행을 갈 때도 동성로에 들러 인도, 네팔, 베트남 음식을 체험했고 메뉴까지 골라 놨었다"며 "동성로에서 즐길 수 있는 이국 요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동성로가 글로벌 식문화 현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일본, 인도, 네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음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그리스 요리가 속속 가세하고 있다. 대구 거주 외국인이 2만명을 훌쩍 넘어선데다 신세대 입맛의 국제화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동성로 곳곳에 글로벌 음식점이 착륙하기 시작한 건 2004년 즈음이다. 당시 동남아시아 음식점부터 골목을 하나 둘 채워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요리가 속속 입성해 16개국 20여개 음식점들이 들어섰다. 특히 2008년 이후 미국, 이탈리아, 인도 음식점 등 8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정통 코스 요리와 함께 테이크 아웃 음식 또한 글로벌 시대를 맞고 있다. 크로와상(초승달 모양의 헝가리 빵), 타르트(프랑스 파이), 젤라또(이탈리아산 아이스크림), 벨기에 초콜릿·와플, 미국식 소시지 테이크 아웃점 등이 동성로에서 성업 중이다. 특히 홍콩 등지의 유행을 타고 서울을 거쳐 지난해 대구 동성로에 상륙한 봉지 칵테일이 인기다. 바쁜 현대인을 겨냥해 비닐봉지에 칵테일과 얼음을 섞어 빨대를 꽂아 테이크 아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동성로 네일아트사 김혜련(25·여)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삼각 우유팩처럼 생긴 무언가를 물고 가기에 자세히 보니 봉지 칵테일이었다"며 "호기심에 한번 사 먹었는데 꼭 향수를 물고 있는 기분이어서 계속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동성로 음식의 글로벌화는 신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활약하는 동성로 맛집 블로그만 얼추 10여개. 새로운 먹을거리나 음식점이 생겨날 때마다 싱싱한 맛 정보를 실시간 전파한다.

박강수(32)씨는 "1주일에 한번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회원들끼리 동성로 맛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블로그와 블로그 간 맛 정보 교환 작업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