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에 꽃피고 있는 '글로벌 식문화'는 신세대 입맛의 국제화를 꿰뚫어 본 젊은 '사장님'들과 다문화 시대를 맞아 자연스레 증가한 외국인 셰프·사장들의 활약 때문이다.
외국인 셰프·사장들은 몇년 전만 해도 중국 화교·일본인이 주류를 이뤘으나 지금은 캐나다, 네팔 등지로 국적을 넓혀가며 동성로 글로벌 식문화 경쟁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작은 프랑스' 오차진·박준현 셰프
지난달 28일 동성로 야시골목 '작은 프랑스'. 66㎡ 남짓한 가게 안 13개 식탁에는 손님들로 빼곡하다. 테이블마다 우아한 와인잔이 놓여 있고 가게 곳곳에 프랑스산 와인과 음료가 진열돼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은은한 빛을 내뿜는 샹들리에도 가게 천장을 수놓고 있다.
이곳은 오차진(38)·박준현(35) 투 셰프 체제의 프랑스 요리 전문점이다. 오씨와 박씨는 20대부터 최고의 요리 솜씨를 키워 온 프랑스 전문 요리사들. 두 셰프는 한 호텔 주방에서 우연히 함께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외국 음식점들이 속속 동성로에 입점하기 시작한 2004년 동성로 최초의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 '작은 프랑스'를 개업했다.
두 셰프는 "호텔에는 수익상 뷔페 위주로 요리가 구성되기 때문에 자신만의 색깔을 살릴 수 없다. 그러다보니 배울 수 있는 레시피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개업하게 됐다"고 했다.
오 셰프는 "동성로에 싹 트는 글로벌 식문화와 나만의 요리 비법에 승부를 걸었다"며 "매달 한번씩 서울에 올라가 프랑스 요리 전문 세프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요리 실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더 홀리 그릴' 애론 라포레스토 사장
"대구 시내 음식문화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요." 대구 중구 삼덕성당 뒤편 골목길에 위치한 '더 홀리 그릴(The Holy Grill)' 공동대표인 캐나다인 애론 라포레스트(37)씨는 "불과 얼마전까지도 베트남이나 인도, 그리스 음식을 먹으려면 서울까지 가야 했다"며 "이런 경험이 2007년 식당 개업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외국인들이 그리워하는 음식', '한국인이 시도해볼 만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누구도 이런 식당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포레스트씨는 동성로 식문화가 더욱 다양해지기 위한 선결과제 또한 적지 않다고 했다."무엇보다 외국인의 투자를 유치할 만큼 소통(interactive)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는 "대구시나 시민들이 외국인들을 향해 보다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라' 킴 랄 바타라이 사장
지난해 9월 대구 중구 약령시장 입구에 지난해 들어선 인도·네팔 음식전문점 '타라'(TARA)의 대표 킴 랄 바타라이(32·네팔인)씨 역시 동성로 음식문화의 다양화 경향을 인정했다.
한국에 온 지 5년, 그 동안 한국인 아내와 결혼에 골인한 바타라이씨는 '전통 인도·네팔 음식'을 통해 동성로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네팔 음식이 한국과 이탈리아 음식과 비슷한 면이 있어 전통식으로 차려도 한국인 입맛에도 맞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예상이 딱 들어 맞아 하루 30~40명의 손님이 꾸준히 찾고 있단다. "토·일요일에는 친구들의 발걸음으로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네팔인 요리사가 직접 요리하고 있고, 추가로 1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라는 바타라이씨는 "맛의 현지화도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맛(味)을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바타라이씨 또한 "서울에는 인도 음식점이 매우 많고 손님도 많이 찾고 있는데 대구는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다양성은 있지만 시장성과 전통성은 아직 약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더 가능성이 있다" 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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