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 섹시한 여자 아니에요" 대경대 강단서는 소찬휘

대경대 강단서는 가수 소찬휘
대경대 강단서는 가수 소찬휘
대경대 실용음악과 소찬휘 교수가 10일 1학기 첫 수업을 하고 있다.
대경대 실용음악과 소찬휘 교수가 10일 1학기 첫 수업을 하고 있다.

'♪잔인한 여자라 나를 욕하지는 마♪' '♪어쩌면 너와 헤어지는 기회르~을♪' '♪다신 내가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줬으면 해♪' '♪차라리 잘된 거야 이별은 현명한 선택이었어'

쿨하게 이별하면서 남성을 향해 쏟아내는 듯한 시원한 가사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 소찬휘(38)씨가 올해 1학기부터 대경대 실용음악과 겸임교수가 돼 지역 대학생들 곁으로 다가왔다. 무대에서 파워풀한 열정을 쏟아내는 소찬휘와 강단에서 차분하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소찬휘,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첫 만남에 깨져 버렸다. 소 교수는 무대에서와 달리 수더분하고, 꾸미지 않은 모습에 자연인 그 자체였다. 본인 이미지를 뒤집는 얘기도 많이 해줬다. "전 섹시한 여자가 아니라 귀여운 스타일이에요" "미혼 아닌 것도 아시죠. 돌싱(돌아온 싱글)이에요" "학생들과 잘 어울려 놀죠. 많이 망가져요" 등.

실제로 그랬다. 소 교수는 10일 기자와 만나 대경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고, 수업 시작 전까지 인터뷰를 했는데 부족한 인터뷰를 전화로 하자고 하니, 자정에 전화를 해 기자의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변해줬다.

◆본명 김경희, 사실은 71년생

소찬휘 교수의 본명은 김경희, 주민등록상 1972년생이지만 실제는 71년생이다. 이북 출신인 부모 밑에서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노래를 잘 불렀던 어머니의 끼와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한다. 그는 "오빠와 언니가 있지만 막내인 저에게만 엄마의 음악적 DNA가 흐르고 있다"고 했다. 어릴 때는 한국무용을 전공했지만 노래의 끼가 더 강해 결국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22년 전 록그룹 '이브'의 기타리스트로 가요계에 데뷔했으며, 14년 전 데뷔 앨범부터 4, 5집까지 대히트를 쳤다. 1집 Cherish '헤어지는 기회'(소찬휘 베스트 5곡 중 3위, 네티즌 평점 8.0점), 2집 Then to Now '현명한 선택'(4위, 평점 7.2점), 3집 Another '보낼 수밖에 없는 난'(2위 8.5점), 4집 First Bridge 'Tears'(1위 9.3점) 등 음반을 낼 때마다 국민들의 가슴을 때린 히트곡을 양산해낸 것.

데뷔 앨범 이후 8년 가까이 전성기가 계속됐다. 2004년 10월부터 2005년 5월까지는 SBS-Love FM '이택림 소찬휘의 라디오 천하'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부천·청주 콘서트, 대구 MBC 텔레콘서트, 춘천 MBC 아름다운 음악세상 등 전국을 다니면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이혼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지난 몇년간 뚜렷한 활동이 없었다.

소 교수는 "새로운 사랑이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수더분하고 여자를 잘 배려하고 챙겨주는 사람이 좋다"며 "둘을 닮은 아기를 낳아 서로 사랑하며 잘 키울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털어놨다. 기자가 "상처는 어떻게 달래느냐"고 물으니 "별 방법이 있느냐"며 "마음이 아프면 아픈 대로 삼키고, 또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은 깨끗이 잊고 사는 게 방법이라면 방법"이라고 답했다.

◆성실한 학생친화형 교수

"9일 밤부터 봄 폭설이 내렸잖아요. KTX를 타고 내려갈까 고민하다가 오전 5시 30분에 자동차로 서울 천호동 집을 출발해 오전 10시가 안 돼 대경대에 도착해 1학기 첫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또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했고요. 학생들과 저녁 겸 개강파티를 하고 나니 무박 2일 코스의 강의 일정이 됐습니다. 새벽에 도착하려니 많이 힘들어요."

수업 준비부터 강의가 끝날 때까지 더없이 꼼꼼한 소 교수는 학생들과 정을 나누는 데도 부족함이 없는 인기 만점의 교수였다. 이미 우송정보대학 방송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데다, 발성과 발음에 관한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팍팍 와닿는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수업하지만 학생들의 가슴에는 울림이 크다.

"제 직업이 가교수(가수 겸 교수)가 된 것 같아요. 가수로서도 앞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활동하고 싶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열정을 쏟고 싶거든요. 하지만 앨범 작업에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역작이 탄생하기 때문에 두 가지 일에 에너지를 잘 배분해야 합니다. 오는 6월에 나올 앨범에는 히트곡이 나와야 하거든요."

대경대 실용음악과 유정우 학과장은 "스타 교수인 소찬휘씨가 이번 학기에 강의를 맡아 줘 학교에서 실용음악과에 대한 기대가 높다"며 "강의실 리모델링, 실습기자재 구입 등 투자도 많이 했기 때문에 소 교수에게 배운 학생 중에 스타가 탄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후배가수 마야, 서문탁? "친해요! 가창력은 막상막하"

-한국 남자에 대해.

▶가부장적인 사회는 딱 질색이에요. 모든 게 남성 위주로 돌아간다면 여성은 아기조차 낳으려 하지 않을 거예요. 최근 저출산의 배경에도 그런 이유가 있죠.

-어머니에 대해.

▶제게 가수의 유전인자를 준 분이죠. 가슴이 너무 아려와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 힘들 때면 보고 싶어요.

-잘할 수 있는 요리와 좋아하는 음식은.

▶잡채와 콩나물밥을 잘해요.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고요.

-별명, 성격, 좌우명은.

▶별명은 매혹적인 깜식, 다소 복잡한 다중적 성격, 좌우명은 '처음을 잊지 말자'.

-시간이 날 때, 비 오는 날에는 뭐 하는지.

▶반신욕과 게임 하는 걸 좋아해요. 비 오는 날에는 하루 종일 이불 뒤집어쓰고 잠을 잡니다.

-실력파 가수이자 친한 후배 마야, 서문탁에 대해.

▶한 가요 프로에 나와 각자 본명을 얘기했는데 다 재미있었어요. 전 김경희, 서문탁은 이수진, 마야는 김영숙이었습니다. 다 그저그런 평범한 이름이었죠. 서로 친하지만 각자의 음악 영역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합니다. 가창력은 막상막하겠죠.

-향후 계획은.

▶가수로서 제2의 전성기가 열렸으면 좋겠고요. 교수로서도 호평받고 싶어요.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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