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연근(뿌리) 장아찌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당시 우리 어머니들은 반찬 투정하는 아이에게 막연히 '몸에 좋다'며 연근 장아찌를 권했다. 초등학교 반 아이들이 빙 둘러 점심을 먹을 때도 종종 연근 장아찌가 등장했지만, 외면받기 일쑤였다. 아삭아삭한 씹는 맛이 아이들에겐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예전에 외면받았던 연 관련 음식이 최근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연근 장아찌를 비롯해 연(蓮) 관련 음식이 '웰빙'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대구가 전국 최대의 연근 생산지라는 바탕에다 연의 효능이 많이 알려지고, 다양한 요리법까지 개발되면서부터이다. 연 음식 연구개발도 대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풍성한 재료와 적당한 환경
연은 뿌리만 최고? 아니다. 뿌리(연근:蓮根)를 비롯해 꽃(蓮), 잎(연엽:蓮葉), 씨앗(연자 또는 연자육:蓮子肉) 등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작물로 유명하다.
2010년 현재 대구에는 170여개 농가가 220여㏊에 연을 재배하고 있다. 전국 510여㏊의 45%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특히 대구 동구에는 110여개 농가가 140㏊에 연근 3천260t(1년 기준)을 생산해 38억원대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대구 전체로는 연간 5천130여t의 연근을 생산, 6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구의 경우 동구 안심3·4동(반야월)과 신평동, 달성군 하빈면(봉촌2리:30여 농가, 78㏊) 등이 주산지이다. 연 재배의 주요 요소로는 땅이 차진 토질, 충분한 물 공급, 기후 등이 꼽힌다. 특히 대구 동구 반야월의 경우 습지와 금호강 맑은 물이 충분하고, 차진 질찰흙이 많아 연이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1960년대 일부 농가가 부업으로 연 재배에 나섰고, 80년대 소득증대를 위해 본격적으로 대규모 단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낙동강변 달성 하빈면(봉촌2리)은 모래가 많은 사질토인데도 연 재배단지로 성공했다. 이곳 연뿌리의 특징은 색깔이 곱고 수분 함량이 많다는 것이다.
통상 연은 봄(4, 5월)에 뿌리째 심은 뒤 가을(9월)부터 이듬해 늦봄까지 수확하는데, 식용 연근은 주로 땅 속 30㎝에서 자라는 오염되지 않은 홍련의 뿌리를 말한다. 홍련은 대구를 비롯해 경북 고령·경산·칠곡과 경남 함안·산청 일대를 중심으로, 백련은 무안 등 주로 전남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다.
대구가 연근 주산지인 만큼 연 요리 재료 수급에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웰빙 효능
연은 예로부터 지혈(止血)·건위(健胃)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학계에 따르면 연 뿌리에는 식이섬유소와 칼륨, 비타민C, 탄닌, 철분 등이 많이 함유돼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열을 내리고, 술독을 풀어주며 갈증을 멈추게 한다는 것. 특히 철분으로 인해 빈혈에 도움이 되고, 탄닌 성분을 통해 출혈을 억제하는 지혈 효과가 있다.
연근을 자르면 나오는 점액성 물질, '뮤신'은 단백질 흡수를 촉진시켜 위벽을 보호하면서 위장을 튼튼히 한다고 한다. 결국 연근은 코피가 자주 나는 수험생, 출산 후 관절이 아픈 임산부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잎도 비슷한 효과를 갖고 있다고 한의사들은 말한다. 연잎을 찧어 상처 부위에 바르면 타박상에 따른 어혈(피가 맺힘)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는 것. 연 씨앗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영양소에다 철분, 칼슘, 인 등이 골고루 함유돼 있다고 한다.
◆다양한 요리
대구에서 연밥을 하는 음식점은 꽤 많지만, 그 요리법과 첨가재료는 각양각색이다. 찹쌀을 많이 쓰고 다양한 곡류에다 견과류를 더해 영양분을 높인 게 특징이다. 연밥에는 손이 많이 가고, 재료도 많아 짓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대구 달서구 두류동의 '들메꽃'에서는 찹쌀에 7가지 곡류를 섞은 다음 호두, 은행 등 8가지 견과류를 더해 연잎에 싸서 30분간 중탕으로 쪄낸다.
대구 달서구 본동 '연빈재'에서는 연잎차 우린 물에 쌀을 불리고 연줄기와 연뿌리 우린 물에 다시 불려 고두밥을 지은 뒤 25가지 곡물을 섞어 연잎에 싸서 찐 다음 연꽃차 우린 물에 맛내기를 해 연밥을 지어낸다. 연밥을 짓는 데 무려 8시간가량이 걸리는 것.
연근을 이용한 음식은 연밥 외에도 다양하다. 식초에 살짝 담가 전분을 제거한 뒤 만드는 연근 장아찌는 연 음식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반찬이다. 연줄기를 효소로 만들어 연밥 국물로 사용하고, 연꽃은 차로 만들어낼 수 있다.
연을 활용한 수프와 죽, 빈대떡, 김치, 화전, 양념구이, 탕수육, 고추장볶음, 찜, 탕 등을 비롯해 연근 돈가스, 연근 함박스테이크, 연근 완자 등 지금 대구에는 연 관련 음식이 무궁무진하다.
◆산업화의 가능성
대구연근연구회(회장 이복희)는 대구시농업기술센터와 손잡고 연근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뿌리를 활용한 주류, 과자류, 화장품 등은 현재 제품화한 상태이다. 또 연빈재를 비롯한 연 음식체험관 등도 다양한 연 요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연밥을 비롯해 연 음식을 장거리 배달할 수 있는 포장기술의 개발이 뒷받침되면 연 음식의 세계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향토음식산업화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 프리랜서 강병두 pimnb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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