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된 노벨상 수상자만 31명. 연간 13억 2천500만 유로(한화 약 1조 6천억 원)의 예산을 갖고 4천700여 명의 과학자가 연구 활동에 전념하는 곳. 바로 독일의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Max-Planck-Gesellschaft)이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운영된다. 기업체로부터의 기부금도 막대하다. 정식 명칭은 막스플랑크과학재단. 양자역학이론 토대를 구축한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이름을 땄다.
1948년 설립됐으며 독일 전역에 물리학'화학'생물학'의학'공학 등 거의 모든 기초 학문 분야에 걸쳐 약 80개의 연구소를 두고 있다. 1911년 창립돼 30여 년간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1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카이저 빌헬름 재단'이 전신(前身)이다. 전신 시절까지 합하면 이 연구소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31명. 아시아에서 배출된 의학, 화학, 물리학 분야 수상자가 18명이니 한 연구소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 숫자가 감탄스럽다.
이 연구소가 포항에 온다. 경상북도와 포항시, 포스텍(포항공대)은 막스플랑크재단과 공동으로 한국연구소를 포스텍 내에 설립하기로 하고 아토초과학과 복합소재 2개 센터를 먼저 세우기로 했다. 다음 달에는 센터 설립을 위한 기본 협약을 체결한다.
세계적인 연구소를 유치하기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이 연구소가 해외에 운용 중인 센터는 미국 필라델피아 한 곳일 정도로 해외 진출에 보수적이어서 설득에 애를 먹었다. 경북도, 포항시, 포스텍은 막스플랑크연구소 유치위원회를 조직하고 2년간 숱한 노력을 벌였다. 겨우 유치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부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리고 나섰다. 세종시에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유치하는 안을 검토한 것. 세종시 수정안에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 본지 보도(2009년 11월24일자 1면)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항시민을 비롯한 경북도민, 대구시민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정부는 결국 이 계획안을 백지화시켰다.
박승호 포항시장이 지난달 부랴부랴 이 연구소를 찾아가 최고책임자로부터 포항에 연구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데 이어 이번에 확실한 도장을 찍으면서 포항 유치가 매듭을 짓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최대한의 지원을 통해 포항센터가 세계 최고로 발돋움하도록 도우는 것이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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