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천성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명언이다. 20세기 영국 문학에서 걸출한 풍자 소설가로 꼽히는 에벌린 워그는 그 때로부터 2천여년을 건너 뛰어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이 앞날에 대한 호기심을 전부 잃었다면 그는 자서전을 쓸 나이가 됐다." 호기심을 두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위험으로 가득한 유혹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이해할 수도 없고 알아봤자 득 될 것도 없는, 그래서 알고 싶어 해서는 안 되는 자연의 비밀을 캐게 하는 추동력"이라고 경계했다. 그래서 그는 정욕과 왕성한 지식욕으로 점철됐던 젊은 시절을 벗어난 자기 자신을 대견하게 여겼던 것 같다.
판도라는 제우스가 열어보지 말라면서 내려준 상자의 속이 궁금해 열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인간 고통의 시작이었다.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는 여호와가 그렇게도 경계하던 선악과를 따먹었다. 뱀이 이브를 유혹하여 그 과실을 먹게 한 것은 인간의 호기심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호기심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나는 대신, 선악을 알게 된 것이다. 호기심 때문에 안락함을 잃는 대신에 지혜를 얻게 됐으니, 호기심이 지혜를 얻는 방편임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호기심이 없다면 어떨까?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탐구욕도, 자기의 미래에 대한 꿈도 없을 것이다. 사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나 불안도 없을 것이므로 종교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궁금증을 해결해가는 과학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교와 과학이 없는 인류는 다른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호기심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숭이는 물론이고 고양이, 물고기, 파충류, 심지어 곤충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기심이라는 정신 현상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모르긴 해도 인간뿐이리라. 이에 대한 신경과학의 관심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어느 연구자들은 피검자들에게 시시한 질문들을 읽게 하면서 뇌를 기능적 핵자기공명영상으로 촬영했다.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호기심의 정도가 증가할수록 기저신경절의 미상핵과 왼쪽 뇌의 브로카 영역에 활성도 비례하여 증가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해마의 치상핵에서 도파민 수용체가 탐구 행동의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습이라는 양초에 심지'로 일컬어지는 호기심에 대한 신경과학적 관심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호기심에 관여하는 뇌의 부위와 신경전달물질을 밝힘은 물론, 호기심이 학습에 관여하는 신경 기전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한 관심사이다.
박종한<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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