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래 그룹 '징검다리'의 위대권(41)씨는 안방에서 통기타를 치며 청소년기를 보냈고, 길거리 연주를 하면서 청년기를 보냈다. 음악다방을 돌며 노래했고, 크고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시노래 그룹 '징검다리'를 만들어 정기공연을 했고, 지난해에는 첫 음반까지 냈다.
위대권씨는 교도관이다. 청송 3교도소에서 12년을 근무했고, 안동교도소에서 5년째 근무중이다. 시가 좋으냐 노래가 좋으냐는 물음에 그는 50대 50이 아니라, 시를 100% 좋아하고, 노래 역시 100% 좋아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교도관으로서의 생업과 통기타를 멘 시인의 꿈 모두 각각이 100% 소중하다고 했다. 그는 교도관으로서 자신을 인터뷰하는 것이 아닌 만큼 가수생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전업 시노래 가수들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도 '가수'로 통하는데,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 그 생업으로 통하기 일쑤다. 실력이나 경력과 관계없이 그렇게 특정 지워지는 경향이 있고, 그런 점은 때때로 예술인을 슬프게 한다.
"직업이 없으면 삶에 구애를 받고, 직업이 있으면 시간에 구애를 받습니다. 꿈꾸지 않으면 삶이 메마르고, 꿈을 꾸면 삶이 다소 불편하지요. 그러니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지요."
오디오 마니아인 그는 음악과 악기 구입에 많은 돈을 썼다. 월급쟁이로 아이 셋을 키우는 그가 비싼 오디오에 빠져 지내니 경제적으로 넉넉할 리 없다. 부인 강미영씨로부터 '좋은 것은 다 하고 산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그런데 그렇다. 좋은 것은 하고 싶다. 그렇다고 마땅히 해야 할 일(직장)을 게을리 하지도 않는다. 경제적 풍요로움을 위해 '꿈과 열정'을 버릴 수는 없었고, '꿈과 열정'을 좇겠다며 막무가내로 떠돌지도 않았다. 그는 노래를 부르며 산천을 떠도는 시인의 낭만과 밥상 위의 안부를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었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노래에만 매달리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장이 없으면 가정도 지킬 수 없겠지요. 직장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부족한 시간 때문에 더 집중하고, 더 간절히 원하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는 이렇게 살다가, 음악으로 빛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위대권씨는 "나는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더불어 음악을 사랑하며 살 것입니다. 음악은 내 영혼이고 가족과 내 일상은 내 몸입니다"라고 했다.
"나는 시에 곡을 붙이는 행운을 누리며 삽니다. 그 행운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좋은 시를 쓴 시인들에게 내 음반을 건넬 수 있고,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시 노래하는 위대권입니다 라고 나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기타를 꺼내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고, 제가 사랑하고 동경하는 박남준, 안상학 두 시인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그것만으로 나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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