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소식이 간간이 들리더니 지난주에는 때 아닌 3월 폭설로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피었다. 출근길 교통정체로 애를 먹기는 했지만 진료실에서 바라보는 눈 오는 바깥 풍경이 나쁘지만은 않다. 꽃샘추위는 봄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가 아니라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고 꽃들을 깨우는 추위일 것이다.
지난주 신문에서 지역의 한 백화점의 매각 소식을 듣고 지난해 모임에서 한 분이 전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떤 돈 많고 무식한 남자가 결혼을 했는데 아내가 쇼핑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다. 결혼 후 아내가 매달 달력 첫 장에 '대월동화'(大月東火)라고 적어놓는 것이었다. 남자는 그 뜻이 궁금했지만 자신의 무식함이 탄로날 것 같아 아내에게는 물어보지 못하고 지인들에게 그 뜻을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집에서 똑같은 글귀가 달력에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친구 아내에게 그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친구의 아내는 "아, 이거요. 대구백화점은 월요일에 쉬고 동아백화점은 화요일에 쉰다는 뜻이에요."
정말로 백화점마다 쉬는 날이 서로 다른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고 있으니 물건만 쇼핑하는 것이 아니라 간혹 의사를 쇼핑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고하라고 한다. 그러자 모인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한 병원 쇼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자는 의견을 냈다. 남자 환자들보다는 여자 환자들이 의사 쇼핑이나 병원 쇼핑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쇼핑 형태에 대한 최근의 연구가 있는데 미국 미시간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이것은 원시 수렵채취시대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원시시대에 사냥꾼이었던 남성들은 만족스러운 사냥물을 발견하는 순간 그것을 잡아 바로 자리를 뜨지만 채취역할을 맡았던 여성들은 가장 잘 익은 열매를 따기 위해 덤불을 샅샅이 뒤져야만 했고 그런 습성이 유전자를 통해 오늘날까지 남아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옛날 여성들은 지난 철에 어느 곳의 열매가 제일 맛있었는지를 기억하여 보통 다른 여성들과 함께 열매를 땄기 때문에 오늘날 쇼핑도 이런 성격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병원이 백화점처럼 물건을 사고파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 쇼핑이나 병원 쇼핑도 우리 유전자가 지닌 특성이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따뜻한 봄이 오면 환자들을 위해 '따뜻하고 편안한 진료'를 덤으로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장성용<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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