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기업 뿌리내려야 장사도 잘 될 것"

현지 법인화는 대구기업 되는 첫 걸음

각 지역마다 대형 유통자본에 대한 현지법인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현지법인화 해봤자 좋은 것도 별로 없다"며 떨떠름한 반응이지만, 대형 유통자본이 진출하는 각 지역마다 '현지법인화'요구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대형 유통자본의 현지법인화는 왜 필요할까?

현재 동아백화점을 인수한 이랜드 측은 "실사조차 하지 않은 단계여서 현지법인화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역민들은 "앞으로 2개월 후 본격적으로 이랜드가 동아백화점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는 이미 늦다"며 현지법인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실 '현지법인화'를 통해 대구가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익은 취·등록세 등의 세수입밖에 없다. 그 밖의 지역 기여에 대해서는 경영자의 마인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현지법인화만으로 기대되는 실익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계에서 현지 법인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대로 손놓고 앉아 뺏길 수는 없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게다가 '본사를 대구에 뒀다'는 상징적인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

계명대 박명호 경영학과 교수는 "현지법인화는 서울 기업이 아니라 대구의 기업이 되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지역 밀착 부분에 있어 접근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것보다는 좀 더 '지역'이라는 부분을 고려해 각종 경영 전략을 짤 수밖에 없는 심리적 압박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 경제계 인사는 "지역에 본사를 두게 되면 인사와 예산, 협력업체와 관계에 있어 재량권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을 고용하고,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지역 책임자가 재량권을 갖고 계약을 하는 것과 서울 본사의 승인을 얻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

사실 '현지법인화' 요구는 이번 동아백화점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거대 자본의 현지법인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추세이다. 1995년 광주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면서 현지법인화 했던 사례가 있으며, 이후 구미·경산·문경 등지에서 대형소매점의 현지법인화 요구도 몇 년째 이어졌다. 최근에는 부산경실련이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와 4개 롯데백화점에 대한 현지법인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내년 8월 개점을 앞두고 있는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대구점의 경우 각종 공정거래법 상의 문제로 인해 현지법인화가 쉽지 않았지만 대형 자본의 지역 진출에 있어 현지법인화는 하나의 시대적 요구"라고 밝혔다. 대구점의 경우에는 이중세금 납부 문제와, 동일 계열사간 신규 법인에 대한 지급보증 금지 조항 때문에 사실상 현지법인화를 하기 힘든 경우였지만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백화점을 인수할 경우에는 별도 법인을 유지하는 사례가 꽤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법적 문제로 현지법인화를 하지 못했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지역사회 기여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계 다른 관계자는 "동아백화점을 인수한 이랜드 그룹의 경우에는 이미 매출액 등이 검증돼 있는 기업체를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별도 법인화가 가능하다"며 "끈끈한 정을 강조하는 대구 시민들의 정서를 감안해서라도 동아백화점과 C&우방랜드를 묶어 대구에 본사를 둔다면 기업과 지역민들이 상생하는 좋은 모델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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