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나쁜 사람들이 한 배를 탔다는 오월동주(吳越同舟)보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사이가 더 좋지 않으니…."
6·2지방선거 싸움이 불붙은 가운데 실질적인 공천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과 해당지역 단체장들 간 알력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경북 경산, 문경, 고령, 칠곡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국회의원과 단체장 간 갈등설이 퍼지면서 '반사이익'을 노린 예비후보들이 틈새 공략에 나서는 등 다른 지역보다 선거전이 훨씬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과거 총선, 지방선거부터 최근까지 양 당사자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앙예산 확보, 지역 현안 해결 등에까지 영향을 미쳐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산시장은?
한나라당 최경환(지식경제부 장관) 국회의원(경산·청도)과 최병국 경산시장 사이 알력은 소문을 넘어 공·사석에서 표출되고 있다. 지난 설을 앞두고 귀향한 최 의원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최 시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난 최 시장에게 공천을 두번 준 죄밖에 없으며, 모든 것(불화설 관련)은 최 시장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최 시장은 지난 4년 동안 최 의원의 원만한 협조를 받지 못해 굵직한 국책사업이나 정책현안에서 경산이 홀대를 받았다고 보고 있으며,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최 의원과는 무관하게 다른 경로로 공천 작업에 매진해와 친이계의 지지를 받아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갈등설은 2005년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직에 오른 최 시장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신청한 뒤 다른 지역보다 훨씬 늦게 공천을 받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최 시장이 2007년 대선 경선 때 경북에서는 처음으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친박계인 최 의원과의 대립각이 심화됐다는 것. 특히 최 의원이 지난해 행자부의 자전거전용도로 관련 예산을 경산이 아닌 청도로 넘겨줬다는 소문이 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시민) 등 터진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영조 전 경산시장과 이우경·정재학 전 경북도의원이 경산시장 예비후보로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문경시장은?
문경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간 갈등도 숙지지 않고 있다. 이한성(문경·예천) 국회의원과 신현국 문경시장은 각각 공·사석에서 상대방을 겨냥해 쓴소리를 하는 등 알력이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의원은 최근 박인원 전 문경시장의 불출마 표명에 아쉬움을 나타낸 뒤 문경시장 공천과 관련해 전략공천에서 경선으로 선회할 방침을 밝히며 "지난 총선 때 해당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 신 시장은 당원 서명을 받아 제명 처분하겠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지난달 신 시장은 이 의원의 전략공천 추진 움직임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인적이고 비민주적인 처사로 시민들과 당원들의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지역 정·관계 주변에서는 이 의원이 지난 총선 때 같은 당 소속인 신 시장이 자신을 돕지 않고 무소속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보고 감정이 쌓여 있고, 신 시장은 이 의원이 자신의 공천 탈락설을 흘리며 박 전 시장을 전략공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감을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칠곡군수는?
고령과 칠곡은 이인기(고령·성주·칠곡) 국회의원과 이태근 고령군수, 배상도 칠곡군수 간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의 경우 이 군수가 3선 연임제한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 의원과 이 군수는 서로 지원하는 인물을 내세워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군수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이 의원과 갈등설이 불거졌다. 칠곡의 경우 이 의원이 배 군수를 배제한 채 특정 인물에 대한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 의원과 배 군수의 사이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고령과 칠곡에도 단체장 출마후보들이 대거 나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고령·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경산·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문경·고도현기자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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