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적십자병원 폐원 재검토해야

대한적십자사가 대구적십자병원의 폐원을 추진하면서 용역 결과까지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대구병원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대구병원을 매각하고 이전하는 것은 당위성이 없다는 경영 자문 결과를 받았다. 이어 총재까지 나서 대구병원 폐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폐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많은 의혹이 있다. 폐원을 결정하고도 대한적십자사는 현재 대구병원 근처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현재의 몸집을 불려 가치를 올린 뒤 매각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경영 자문 결과에 관계없이 사전에 병원 폐원 결정, 부동산 매입, 매각이라는 각본을 짜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더구나 오래전부터 폐원을 결정한 듯한 의문도 있다. 대구병원은 2007년부터 쇠퇴의 길을 걸었다. 진료과목이 줄고, 의사 수도 줄었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는 경영난을 이유로 방치했을 뿐 대구병원을 살리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한적십자사의 존재 이유인 공공의 목적과는 관계없이 대구병원을 적자 경영 속에 방치했다가 이를 이유로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적십자병원은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공공병원이라는 고유의 존재 이유가 있다. 적십자병원이 아니면 의료 사각 지대에 있는 우리 이웃이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당장 수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와 의료보호환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복지국가의 이념을 따지지 않더라도 당연하다.

대한적십자사는 대구병원의 폐원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폐원이 아니라 회생에 중점을 두고 그 방안을 찾는 것이 옳다. '인도주의 가치의 실현'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대한적십자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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