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문득 자신을 뒤돌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열차 여행을 권한다. 시속 300㎞로 달리는 KTX열차가 아니라 완행열차를 타야 한다. 완행열차를 타면 간이역에 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이역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누구나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 간이역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아 여객열차가 더 이상 서지 않거나 노선 이설로 폐선돼 철로 자체가 사라진 경우 등등… 이렇게 사라진 간이역은 2000년 이후에만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간이역이 해마다 줄면서 그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대략 경부선 다음으로 간이역이 많은 노선이 중앙선이라고 한다. 몇 해 전 중앙선과 영동선을 타고 당일치기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새벽에 동대구역을 출발해 점심 무렵 강릉역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열차였다.
이 노선은 자동차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오지 철도다. 그래서 간이역이 많다. 더욱이 탄광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역마다 사람은 없고 먼지와 바람만 있다. 그 바람조차 오가는 종적이 묘연할 경우가 잦아 고적감을 더한다. 특히 이 노선 중 통리역과 도계역 사이에 위치한 나한정역-흥전역 구간은 열차가 뒤로 운행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스위치백 노선'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부는 서정성과 역사성을 지닌 시골 간이역을 문화재로 등록하거나 관광자원화해서 보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철도 이용객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중앙선이나 영동선, 경북선과 같이 여객수요가 적은 노선의 간이역은 '눈꽃 열차' 등 특별열차마저 운행되지 않으면 명맥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녹색관광지로 개발키로 한 군위 화본역 역시 중앙선의 간이역이다. 2010년도 유휴자원 관광상품 개발사업 공모에서 '화본역 그린 스테이션' 사업이 선정된 것이다. 군위군 산성면에 위치한 화본역은 네티즌들이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꼽을 정도로 아담한 역사와 풍광을 자랑한다.
경북도는 앞으로 3년 동안 국비와 지방비 15억 원을 투자해 화본역을 새로운 녹색관광 명소로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 단장을 한 화본역의 모습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자칫 짙은 화장으로 본래의 자태를 잃을까봐 그렇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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