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주여성들, '우리도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합니다'
"꼭 한번에 따고 싶어요."
15일 오후 2시 대구 동구의 한 자동차운전면허학원. 결혼이주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운전면허교실이 열렸다. 매주 2회 2개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 번째 운전면허 강의날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출신 여성 18명이 운전교습 강의실에 모였다. 엄마품에 안겨 칭얼대는 아기들의 울음소리에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모국어로 수다를 떨자 강의실은 반상회를 연 것 마냥 시끌벅적했다.
결혼이주 여성을 위한 면허교실은 대구동구다문화지원센터(센터장 김명현 신부)가 주관하고 대구동부경찰서가 지원해 열리게 됐다.
베트남에서 건너온 지 7년째인 반정미(32·팜 티 투 트랑)씨는 "7살, 4살난 아이 둘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니까 너무 불편했다"며 "차는 나중에 돈을 모아 사더라도 면허증만큼은 이번에 꼭 따둘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조선족 출신인 주금화(33)씨와 친구 전홍란(32)씨는 주씨의 16개월 된 아들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강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했다. 주씨는 "학원에서 준 교재만 보니 어려운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할 만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운전강의는 강사가 한 가지 설명을 하고 나면 이주여성들에게 다시 모국어로 설명을 해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진도는 느렸지만 이주 여성들은 "선생님, 아까 시험에 잘 나온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어떤 거죠?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실래요?"라고 물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면허교실 비용은 동구다문화지원센터가 비용을 부담하고, 첫 5시간은 학원에서 강의를 받지만 22일부터는 강사가 센터에서 출장강의를 하기로 했다. 센터 이화숙 팀장은 "동부경찰서에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경찰관이 나와 강의 도중 질문에 답을 해주고 한국어와 이주 여성들의 모국어가 함께 적힌 보충 자료를 별도로 나눠줄 예정이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센터는 수강생들이 당초 15명 정도로 예상했지만 35명이 몰려들자 세 그룹으로 나눠 수업을 받게 하는 한편 이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센터장 김명현 신부는 "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작은 활동들이 씨앗이 돼 다문화 사회가 순조롭게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면서 "필기시험 뿐 아니라 실기시험을 치를 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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