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0 6·2地選 격전지] ⑥ 경주시장

9명 대거 출마 경주의 정치적 혼란상 그대로 반영

경주시장 선거는 어느 지역보다 치열하다. 백상승 현 경주시장을 비롯한 9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경북 기초단체장 선거 중 가장 경쟁률이 높다. 백 시장을 포함해 5명이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고,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 3명, 무소속 1명 등이다. 이처럼 후보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시민들은 "누가 누구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경주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종복 한나라당 경주당원협의회 위원장은 "공천심사위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 염두에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출마자 왜 이렇게 많나?

9명이나 출마표를 던진 배경에는 지난해 4·29 국회의원 재선거의 결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나선 정수성 후보 간 대결에서 정수성 후보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친박을 표방한 정수성 후보가 친이 진영의 핵심이던 정종복 후보를 물리치면서 경주에서 '박풍'(朴風)의 위력을 드러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박풍을 기대한 출마자들이 무소속보다는 미래희망연대 후보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주 한 곳에서만 치러진 4·29 재선거와 달리 지방선거는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재선거와 같은 '박풍'이 불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모두 1번을 찍는 몰표 현상으로 한나라당이 덕을 볼 것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근인 포항에 비해 경주가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여론이 있어 한나라당의 지역발전론이 이번에는 제대로 먹혀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경주 푸대접론에 따른 역풍도 있을 수 있다. 또 밑바닥 정서는 여전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재보선의 결과처럼 친박을 표방한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백 시장의 3선에 대한 반감도 잠재적 출마자들을 출마로 유도했다는 관측이다. 경북의 기초단체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백 시장에 대해 출마자들은 "4년 전에 비해 백 시장에 대한 밑바닥 민심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대거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백 시장은 "나이가 많아서 지금까지 못한 일이 없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출마의 변

백 시장은 현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최근 검찰 기소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그는 "출마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2014년까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과 양성자가속기 건립이 완성되는 만큼 향후 4년이 경주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사업을 시작했으니까 마무리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신문과 KBS대구가 공동으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백 시장에 이어 2위를 차지해 한껏 고무된 박 전 도의원은 "경주시민들이 이제는 바꿔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백 시장이 쉽게 공천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20여년 당 생활을 하면서 늘 시민, 당원들과 함께했다"고 토박이론을 펼쳤다.

경력이 어느 후보보다 화려한 최양식 전 행정자치부 차관은 중앙정부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지역 발전을 이끌겠다고 했다. 그는 "경주시민들은 심리적 분열 상태에 빠져 있다. 시민들의 마음을 묶어서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에게 '창조' 마인드를 심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진홍 전 경주시 부시장은 '배수의 진'을 쳤다며 비장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4·29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섰다가 중도에 접는 등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려온 그는 "백 시장에 대한 여론이 과거만큼 좋지 못한 만큼 반드시 한나라당 공천을 얻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웃 동네에서 대통령을 배출해 지역 발전을 기대했지만 잘 안 되고 있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미래희망연대의 공천을 노리는 김경술 전 경주시 부시장은 '관광학 박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보문단지 대 프로젝트', '시가지 공동화 방지 대책' 등 나름대로 공약도 준비 중이다. 그는 "당선 가능성에서 다른 후보보다 앞서 있다"며 '준비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하 변호사도 미래희망연대 공천을 바라고 있다. 재선거에서 정수성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 변호사는 "경주에서 친박의 대표성이 있다. 친박 측에 상당한 인맥이 있다"며 공천을 자신했다.

이 밖에도 한나라당 소속 김백기 전 경주시 행정지원국장, 미래희망연대 소속 김동환 전 경주시장 비서실장, 무소속 이상두 전 국회의원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표밭을 누비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