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책 읽기] 중국 거대 인구의 비밀

리우다린(劉達臨), 『중국성사도감中國性史圖鑑』(北京: 時代文藝出版社, 2

책은 사회의 마음이자 실체이다. 한 사회에서 생산된 책에는 그 사회가 가진 정서와 문화뿐만 아니라 지식, 기술, 교양 등 총체적인 수준과 여유가 담겨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떤 책을 즐겨 읽는가를 보면 그 사회가 처한 상황과 수요를 알 수 있고, 나아가 그 사회의 장래를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람 많은 중국에 사람이 많아지게 된 이유도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농경사회였던 전통 중국에서 인구는 노동력이었고 군사력이었다. 인구가 많을수록 조세 수입이 많아지고 징집할 병사의 수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중앙 정부의 입장에서 인구 증가는 국가 생존의 문제였고 국력 신장과 직결된 중대한 국가 전략이었다. 따라서 다산을 위한 각종 대책이 마련되었고, 성과 성행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피임의 개념이 없던 시절, 성에 대한 관심과 성행위 즉, 번식을 자극하는 기술이야말로 바로 생존과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상하이대학의 리우다린(劉達臨) 교수가 엮은 『중국성사도감中國性史圖鑑』(北京: 時代文藝出版社, 2003)을 보면 중국이 역사 이래 성문제에 얼마나 집착해 왔던가를 알 수 있다.

리우 교수의 책은 중국의 전 역사에 존재했던 성관련 기록, 조각품, 그림들과 설명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서문에 보면 수백만년 인류의 역사 동안 인간의 가장 기본적 수요는 먹는 것(食)과 번식(性)이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인류가 동물에서 진화해온 존재인 것처럼 성행위 역시 자연 본성에서부터 인간 고유의 사회화된 고급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이는 동양인이나 서양인, 흑인이나 백인 할 것 없이 공통적인 사항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간들의 성행위 자세가 동물들의 교미 방식인 후입위(後入位)에서 얼굴을 마주보는 전입위(前入位)로 바뀐 것을 든다. 리우 교수는 이를 일종의 혁명으로 표현한다. 왜냐하면 전입위는 얼굴을 마주볼 수 있게 함으로써 감정을 더 풍부하게 하고, 성적 자극과 만족에 도움을 준다. 또한 자유로운 양손을 활용해서 애무나 키스가 이루어지고, 여성이 땅에 눕게 됨으로써 팔다리가 자유로워져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성적 자극을 유도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성교 자세의 변화는 성교 횟수를 늘리고, 그만큼 수태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동시에 성욕을 자극하고 성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 발정기에 한정되는 동물적 교미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즉 상시적인 수태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이다. 결국 인류가 다른 동물들을 제압하고 지구촌을 지배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압도적인 개체수의 번식 때문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이러한 성에 대한 관심이 성 숭배로 발현된다. 특히 생식기에 대한 숭배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상징물을 만들거나 생식기를 닮은 자연물을 찾아서 숭배하기도 하였다. 한자의 발전 과정을 보면 성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주나라 이후 중국인들은 남자를 조(祖), 여자를 비(妣)라고 칭해왔는데, 원래 이 두 글자는 남성의 생식기와 여성의 생식기를 상징하는 글자였다. 해자해보면 조(祖)자의 우변 차(且)는 갑골문과 금석문에서 남성의 생식기를 상징하고 있다. 좌변의 시(示)는 고대인들이 신을 존경한다는 내용을 형상화한 것으로 남성의 생식기를 상징한다. 시(示)가 붙은 한자 중에 축(祝)자 역시 남성의 생식기에 무릎을 꿇고 비는 형상을 조합해 만든 글자이다. 이에 비해 여성 생식기는 주로 비(匕)자나 야(也)로 형상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책은 이외에도 성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집단 성교와 일부일처제, 성행활과 방중술, 동성애와 변태, 기생과 태감이 겪은 성압박, 성문학예술, 종교와 성, 성교육 등에 관한 내용이다. 소위 사회가 금기시하는 영역을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역사 이래 중국 사회 아니 전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내려 한 것이다. 요즘 중국 지식인들이 시도하는 바가 바로 이러한 도전과 혁명이다. 누가 사회를 바꾸고 진화시키는가? 우리의 책 생산자들도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바다. 이정태(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노동일(경북대 총장)의 대학과 책' 시리즈를 마치고 '외국 책 소개'시리즈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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