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원조 '철의 여인' 골다 메이어

'철의 여인'(Iron lady)의 원조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이 아니다. 이스라엘 수상이던 골다 메이어(1898~1978)가 명실상부한 원조다. 삶의 역정과 강한 의지는 누구와도 견줄 수 없었고 잔혹함까지 갖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핍박받던 유태인으로 태어나 여덟 살 때 미국으로 밀항했고, 열네 살 때 가족의 결혼 압력을 피해 가출했으며 스물두 살 때 팔레스타인에 이주했다. 1920년대부터 시온주의 운동에 헌신, 숱하게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 때 속옷에 수류탄을 품고 다녔고 아랍 여인으로 변장해 국경을 넘는 임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도 낙천적이었다.

1969년 오늘, 수상 취임 연설에서 "우리 운명은 다른 사람의 손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사살하자, 정보기관인 모사드에게 조건 없이 테러 관련자를 모두 암살하도록 했다. 중동전에 이겼지만 책임 논란이 일면서 5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암으로 죽었다. 그녀는 불관용과 비타협의 시대를 살았지만 그 후손들은 아랍인들에게 좀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병선 사회1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